기분이 올라갈 때가 더 조심스러워요, 아내와 정한 신호
조울증 약을 먹은 지 3년째인데, 저한테 제일 위험한 순간은 '약이 필요 없을 만큼 컨디션이 좋다'고 느낄 때예요.
재작년에 한 번 그랬어요. 기분이 좋고 일이 잘 풀리니까 약을 슬금슬금 빼먹었고, 한 달 뒤에 잠을 거의 안 자고 차를 바꾸겠다고 계약서를 쓰러 갔어요. 아내가 말리다가 크게 다퉜고, 결국 입원까지 했어요.
퇴원하고 나서 선생님 권유로 아내와 같이 진료에 들어가 '신호 목록'을 만들었어요.
우리 집 신호
- 잠이 다섯 시간 밑으로 이틀 연속
- 말이 빨라지고 밤에 메시지를 여러 사람에게 보냄
- 큰돈 쓰는 계획을 갑자기 꺼냄
- '나 요즘 약 안 먹어도 될 것 같아'라는 말
이 중 하나가 보이면 아내가 '신호 같아'라고만 말하기로 했어요. 잔소리나 설득은 안 하고요. 그러면 저는 따지지 않고 병원 예약을 당기기로 했고요. 두 개 이상이면 아내가 병원에 직접 전화해도 된다고 제가 미리, 멀쩡할 때 동의해 뒀어요.
약은 아침에 식탁에서 먹어요. 아내가 확인하는 건 아니고, 그냥 같은 자리에서 아내는 영양제를, 저는 약을 먹어요. 감시받는 느낌이 싫다고 했더니 아내가 그렇게 바꿔 줬어요.
올봄에 신호가 한 번 왔고, 약속대로 진료를 당겨서 약을 조정받았어요. 입원 없이 지나갔어요. 아내가 걱정하는 눈빛이 가끔은 여전히 불편해요. 그래도 그 걱정을 규칙으로 바꿔 놓으니 싸움이 줄었어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