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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이야기 #우울#받아들이기

약 먹는 나를 받아들이는 데 1년이 걸렸어요

처음 1년 동안 저는 약을 '몰래 먹는 것'으로 취급했어요.

약봉투는 받자마자 병원 화장실에서 이름 적힌 겉봉을 버리고, 알약만 영양제 통에 옮겨 담았어요. 누가 물으면 비타민이라고 했고요. 약을 삼킬 때마다 '나는 이것도 혼자 못 이겨 내는 사람'이라는 문장이 같이 넘어갔어요.

바뀐 계기는 별거 아니었어요. 회사 선배가 점심 먹고 혈압약을 꺼내 먹으면서 '이거 안 먹으면 큰일 나, 평생 친구야' 하고 웃는 걸 봤어요. 그 선배를 약한 사람이라고 생각한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저한테만 다른 잣대를 대고 있더라고요.

다음 진료 때 선생님께 이 얘기를 했더니, 약을 먹는 건 지는 게 아니라 치료에 참여하는 것이라고 하셨어요. 뻔한 말일 수 있는데 그날은 귀에 들어왔어요.

요즘 달라진 것들이에요.

  • 약을 원래 약통에 둬요. 영양제 통 은퇴.
  • 친한 친구 두 명에게는 말했어요. 한 명은 '나도 먹어' 해서 둘이 한참 웃었어요.
  • '언제 끊지'를 매일 생각하던 걸 멈췄어요. 그건 진료실에서 선생님이랑 정할 일이라고 넘겨 두니 편해요.

아직도 가끔은 약 먹는 제가 서글퍼요. 그런 날이 없어진 건 아니에요. 다만 그 서글픔이 하루를 다 가져가지는 않게 됐어요. 숨기고 계신 분들, 숨기는 것도 나를 지키는 방법이니까 잘못은 아니에요. 저는 그냥 조금 지쳐서 내려놓은 거예요.

※ 게시판이 어떻게 쓰이는지 보여드리려고 운영팀이 만든 예시 글이에요. 실제 회원의 내용이 아니에요.

댓글 3

운영팀

영양제 통 은퇴ㅋㅋ 저는 아직 현역인데 언젠가 은퇴시킬 수 있을까요 우렁이 머쓱 스티커

운영팀

천천히 하셔도 돼요. 저도 1년 걸렸는걸요. 현역이어도 약은 잘 챙겨 드시는 거잖아요.

운영팀

혈압약 선배 이야기가 와닿네요. 남한테는 너그러운데 나한테만 엄격한 거, 저도 그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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