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설명서를 읽다가 겁먹은 밤
깨알 같은 글씨로 적힌 부작용 목록을 끝까지 읽은 게 잘못이었어요.
처음 약을 받은 날이었어요. 약 이름을 검색했더니 설명서 전문이 나오더라고요. 꼼꼼한 성격이라 처음부터 끝까지 읽었어요. 드물게, 매우 드물게, 빈도 불명… 무서운 단어가 스무 줄쯤 이어졌어요.
그날 밤 약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20분을 쳐다봤어요. 결국 못 먹고 잤습니다.
다음 날에도 못 먹었어요. 사흘째 되는 날, 이러다 병원 간 게 헛일이 되겠다 싶어서 병원에 전화했어요. 간호사 선생님이 다음 날 진료를 당겨서 잡아 주셨어요.
선생님께 들은 것
- 설명서에는 아주 드문 경우까지 전부 적게 되어 있다는 것.
- 흔한 것과 드문 것은 다르고, 저한테 해당될 가능성이 있는 것 위주로 설명해 주셨어요.
- 이런 증상이 나타나면 바로 연락하라는 것도 구체적으로 알려 주셨고요.
- 겁나서 못 먹었다고 말해 준 게 잘한 거라고 하셨어요.
설명을 듣고 나니 목록이 덜 무서웠어요. 정보가 줄어든 게 아니라 순서가 생긴 거였어요.
지금도 새 약을 받으면 읽어는 봐요. 다만 혼자 읽고 혼자 결론 내리지 않고, 궁금한 줄에 밑줄 쳐서 약사님이나 선생님께 가져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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