먹었는지 기억 안 나는 밤, 달력에 동그라미를 칩니다
약을 삼키고 삼 분 뒤에 '내가 방금 먹었나?' 하는 사람이에요.
농담 같지만 진짜예요. 물컵을 내려놓고 돌아서면 벌써 헷갈려요. 손은 매일 같은 동작을 하니까 기억에 안 남나 봐요. 그렇게 헷갈릴 때마다 불안해져서, 약 봉지 개수를 세고 또 세고 그랬어요.
진료 때 이 얘기를 했더니 선생님이 웃으시면서 많은 분들이 그렇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헷갈린다고 해서 임의로 한 번 더 먹지는 말고, 확인할 수 있는 표시를 만들어 두라고 하셨어요. 정말 헷갈릴 때 어떻게 할지는 제 약에 맞춰 따로 알려 주셨고요. 그 부분은 사람마다 약마다 다르니 꼭 본인 주치의 선생님께 여쭤보세요.
제가 고른 표시는 종이 달력에 동그라미예요.
- 냉장고 옆에 한 달짜리 탁상 달력을 세워 둠
- 약 먹고 바로 그 자리에서 오늘 날짜에 동그라미
- 펜은 끈으로 달력에 묶어 둠 (펜 찾다가 잊으니까요)
- 동그라미 없으면 안 먹은 것
앱에 체크하는 것도 해 봤는데, 저는 휴대폰을 여는 순간 다른 걸 보다가 체크를 잊더라고요. 종이가 저한텐 맞았어요.
한 달이 지나고 달력을 넘기는데 동그라미가 스물여덟 개였어요. 빠진 이틀이 어느 날인지도 보이고요. 하나는 야근한 날, 하나는 감기로 종일 누워 있던 날이었어요. 진료 때 그 달력을 들고 가서 보여 드렸더니, 빠진 날이 어떤 날인지 아는 게 도움이 된다고 하셨어요.
동그라미가 줄줄이 있는 달력을 보면 조금 뿌듯해요. 대단한 걸 한 건 아닌데, 꾸준히 한 흔적이 눈에 보이는 건 기분이 다르더라고요.
다들 먹었는지 확인하는 본인만의 표시가 있으세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