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먹는 물컵을 하나 정해 뒀어요
파란 줄무늬 머그컵. 이 컵에는 약 먹을 때 말고는 물을 안 따릅니다.
'내가 아침 약을 먹었나?' 이 질문을 출근길에 일주일에 세 번은 했어요. 먹은 것 같기도 하고 안 먹은 것 같기도 하고. 매일 똑같은 동작이라 어제 기억과 오늘 기억이 섞여요.
요일 약통도 써 봤는데 저는 일요일마다 채워 넣는 걸 자꾸 미루더라고요. 그래서 더 단순한 방법을 찾았습니다.
컵 규칙
- 밤에 자기 전에 파란 컵을 엎어서 식탁에 둔다
- 아침에 약을 먹을 때 그 컵에 물을 따라 마신다
- 다 마신 컵은 싱크대에 넣는다
그러면 헷갈릴 때 식탁만 보면 돼요. 컵이 엎어져 있으면 안 먹은 거고, 싱크대에 있으면 먹은 거예요. 기억에 의지하지 않고 물건 위치에 의지하는 거죠.
처음에는 유치한가 싶었는데 3주째 한 번도 헷갈린 적이 없어요. 출근길에 불안해서 되짚어 보는 시간이 사라졌습니다.
덤으로 생긴 효과도 있어요. 밤에 컵을 엎어 놓는 동작이 '내일의 나를 챙기는 일'처럼 느껴져요. 하루를 마무리하는 작은 의식 같기도 하고요.
진료 때 이 얘기를 했더니 선생님이 웃으시면서 '본인한테 맞는 방법을 찾으신 게 제일 좋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정말 헷갈려서 모르겠는 날에는 어떻게 하면 되는지 제 약의 경우를 알려 주셨습니다. 그 부분은 약마다 다르니 각자 주치의나 약사님께 확인하시는 게 맞을 것 같아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