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는 늘 '잘 지낸다'고만 말하게 돼요
통화 끝나고 나면 제가 한 말 중에 진짜가 하나도 없다는 걸 알게 됩니다.
부모님은 지방에 계시고 저는 혼자 올라와 삽니다. 일주일에 한 번 통화하는데 내용은 늘 같아요. '밥 잘 먹어요', '회사 괜찮아요', '아픈 데 없어요'.
사실은 요즘 잘 못 지내요. 석 달 전부터 병원에 다니고 있고, 회사에서는 휴직 얘기가 오가고 있습니다. 그런데 이걸 부모님께는 한마디도 못 했어요.
말을 못 하는 이유는 여러 가지예요. 걱정하실 게 뻔하고, 아버지는 혈압이 높으시고, 엄마는 한번 걱정을 시작하시면 밤에 못 주무세요. 그리고 솔직히 '네가 마음이 약해서 그렇다'는 말을 들을까 봐도 무섭습니다.
그런데 숨기는 것도 점점 무거워요. 통화할 때마다 밝은 목소리를 꾸며 내고 끊으면 기운이 쭉 빠져요. 명절에 내려가서 얼굴을 보면 들킬 것 같기도 하고요.
고민
- 다 말해야 할까요, 일부만 말해도 될까요
- 말한다면 전화로? 내려가서?
- 걱정을 덜 하시게 말하는 방법이 있을까요
지난주 통화에서는 엄마가 '목소리가 좀 가라앉았네' 하셨어요. 감기 기운이라고 둘러댔는데, 끊고 나서 한참 휴대폰을 쥐고 있었습니다. 알아채 주신 게 반가우면서도 겁이 났어요.
부모님께 알리신 분들, 또는 알리지 않기로 정하신 분들 이야기를 듣고 싶어요. 어느 쪽이 맞다는 답을 원하는 건 아니고, 다들 어떻게 하셨는지가 궁금합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