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족이 병을 인정하지 않고 정신과 치료를 거부할 때

병을 인정하지 않는 것은 고집이 아니라 증상의 일부일 수 있고, 그래서 설득보다 관계가 먼저예요.
왜 병이라고 느끼지 못할까요
자기가 아프다는 것을 아는 힘을 병식이라고 해요. 조현병이나 정신증에서는 이 병식이 약해지는 일이 흔해요.
환청과 망상은 겪는 사람에게 진짜처럼 느껴져요. 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NIMH)도 가족에게 "그 믿음과 환각이 본인에게는 아주 현실로 느껴진다는 것을 기억하라"고 말해요. 본인에게는 목소리가 정말 들리고, 감시도 정말 당하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병원에 가자"는 말은 "네가 틀렸다"는 말로 들려요.
즉 치료를 거부하는 것은 가족을 괴롭히려는 것도, 성격이 나빠서도 아니에요. 병이 병을 알아보는 힘까지 가리고 있는 것이에요. 이렇게 이해하면 화가 조금 덜 나고, 접근하는 방법도 달라져요.
잘 통하지 않는 방법
- "그건 망상이야"라고 증거를 대며 따지기
- 온 가족이 둘러앉아 한꺼번에 몰아붙이기
- "병원 안 가면 내쫓는다"는 식의 으름장
- 다른 데 간다고 속여서 병원에 데려가기
- 몰래 음식에 약을 섞기
당장은 통하는 것 같아도 믿음이 깨져요. 믿음이 깨지면 다음 치료가 훨씬 어려워져요. 약을 몰래 먹이는 것은 몸에도 위험할 수 있어요.
설득보다 먼저 할 것: 대화법
먼저 들어요. 본인이 무엇 때문에 힘든지 끝까지 들어 주세요. 고치려 들지 않고, 맞다 틀리다 판단하지 않아요.
감정에 공감해요. 믿음의 내용에 동의할 필요는 없어요. "누가 지켜본다고 느끼면 정말 무섭고 지치겠다"처럼 감정은 인정할 수 있어요.
같이 원하는 것을 찾아요. 병이라는 데에는 생각이 달라도, 잠을 푹 자고 싶다, 불안이 줄었으면 좋겠다, 다시 일하고 싶다는 데에는 뜻이 같을 수 있어요.
거기서부터 함께 계획해요. "조현병 치료받으러 가자" 대신 "잠을 못 자서 힘드니까 그 문제로 상담 한번 받아 보자"고 권해 보세요. 본인의 목표를 위한 일이 되면 받아들이기가 쉬워져요.
한 번에 되지 않아요. 거절당해도 관계를 지키고, 며칠 뒤 다시 이야기해요. 본인이 믿는 사람(친한 친구, 친척, 다니던 병원의 의사)이 권하면 더 잘 통하기도 해요.
가족이 먼저 도움을 받아도 돼요
본인이 가지 않으려 해도 가족만 먼저 상담받을 수 있어요.
- 정신건강복지센터: 시·군·구마다 있고 상담은 무료예요. 상황을 설명하고 어떻게 하면 좋을지 물어보세요.
- 정신건강 위기상담 1577-0199: 24시간 상담할 수 있어요.
- 굿이나 기도를 먼저 해 보자는 가족도 있을 거예요. 마음은 이해하되, 병원 진료를 미루지 않도록 함께 이야기해 주세요.
위급할 때 쓸 수 있는 제도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칠 위험이 클 때는 본인이 원하지 않아도 입원 치료를 받게 하는 제도가 있어요. 정신건강복지법에 정해져 있어요. 아래는 대략의 내용이고, 실제 절차는 병원과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안내받으세요.
- 112·119 신고: 지금 당장 누군가 다칠 위험이 있으면 바로 전화하세요.
- 응급입원: 정신질환이 있는 것으로 보이는 사람이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칠 위험이 크고 상황이 매우 급할 때, 발견한 사람이 의사와 경찰관의 동의를 받아 정신의료기관에 의뢰할 수 있어요. 공휴일을 빼고 3일까지 입원할 수 있고, 그 사이에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진단해요.
- 보호의무자에 의한 입원(보호입원): 보호의무자 2명 이상이 신청하고,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가 입원이 필요하다고 진단한 경우에 할 수 있어요. 국립정신건강센터 안내에 따르면 입원 뒤 2주 안에 다른 전문의의 소견을 추가로 받아야 입원이 유지되고, 본인과 보호의무자는 언제든 퇴원을 신청할 수 있어요.
- 행정입원: 자신이나 다른 사람을 해칠 위험이 있다고 의심될 때, 시장·군수·구청장이 지정 병원에 진단을 위해 입원하게 하는 제도예요. 정신건강복지센터에 물어볼 수 있어요.
이런 입원은 벌이 아니라 위험한 시기를 안전하게 넘기기 위한 치료예요. 그래도 본인에게는 큰 상처가 될 수 있어요. 그래서 요건이 까다롭고, 본인의 권리를 지키는 절차가 함께 있어요. 가능하면 본인이 동의하는 입원이나 외래 진료를 먼저 시도해요.
이럴 땐 바로 도움을 받으세요
- 죽고 싶다고 말하거나 스스로를 해치려 할 때
- 다른 사람을 해치겠다고 하거나 그럴 조짐이 보일 때
- 먹지도 마시지도 않아 몸이 위험할 때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24시간), 정신건강 위기상담 1577-0199 (24시간), 급하면 112·119에 연락하세요. 가족 혼자 감당하지 않아도 돼요.
참고한 자료
- NIMH(미국 국립정신건강연구소) — Schizophrenia (Publication)
-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 정신의료기관 입원 또는 정신요양시설 입소하기
- 법제처 찾기쉬운 생활법령정보 — 응급입원하는 경우
- 국립정신건강센터 — 입원유형별 안내: 보호입원
이 글은 마인드 인사이드 편집팀이 위 기관들의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 정보예요.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아요. 약을 시작하거나 바꾸거나 끊는 것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