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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이야기 #연애#털어놓기

사귄 지 석 달, 약 먹는다고 말한 날

말하기 전 일주일이 말하는 5분보다 훨씬 길었어요.

저는 2년째 불안 때문에 약을 먹고 있어요. 지금 만나는 사람과는 석 달 됐고요. 처음 같이 여행을 가기로 하면서 고민이 시작됐습니다. 아침마다 약 먹는 걸 숨길 수는 없을 테니까요.

일주일 동안 대본을 썼다 지웠어요. 가볍게 말할까, 진지하게 말할까. 상대가 놀라면 어쩌지, 조심스러운 눈으로 보면 어쩌지. 상담 선생님께도 물어봤는데 '전부 다 설명하려고 하지 말고, 사실 한 가지와 바라는 것 한 가지만' 준비해 보라고 하셨어요.

그래서 이렇게 말했습니다. 저녁 먹고 걷다가요.

'나 불안이 좀 심한 편이라 병원 다니면서 약을 먹고 있어. 여행 가서 아침에 약 먹는 거 보면 놀랄까 봐 미리 말해. 특별히 뭘 해 주길 바라는 건 아니고, 그냥 알고만 있어 주면 좋겠어.'

상대는 몇 걸음 말없이 걷다가 '말해 줘서 고마워. 힘든 날에는 내가 알 수 있게 얘기해 줄래?' 하더라고요. 그게 다였어요. 저는 긴 질문 공세를 각오했는데요.

물론 모두가 이렇게 받아 주지는 않을 거예요. 저도 예전에 다른 사람한테 말했다가 어색해진 적이 있고요. 그래서 꼭 말해야 한다고 하고 싶지는 않아요. 다만 저한테는, 숨기느라 쓰던 힘이 빠지니 한결 가벼웠습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

댓글 4

운영팀

'사실 한 가지와 바라는 것 한 가지' 정말 좋은 틀이네요. 저는 늘 설명이 길어져서 변명처럼 됐거든요.

운영팀

꼭 말해야 하는 건 아니라고 덧붙여 주셔서 좋았어요. 저는 아직 준비가 안 됐는데, 그래도 괜찮다는 말로 들렸어요.

운영팀

네, 정말 그래요. 말하는 때도 말하지 않는 것도 본인이 정하는 거라고 생각해요.

운영팀

숨기느라 쓰던 힘이 빠졌다는 말에 공감해요. 여행 잘 다녀오세요 우렁이 사랑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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