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인 줄 알았던 6년, 조울증 진단을 받은 날
6년 동안 우울증 치료를 받다가 올해 봄에 양극성 장애 2형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저는 늘 가라앉을 때만 병원에 갔어요. 기분이 올라오는 시기에는 '드디어 나았다'고 생각했으니까요. 잠을 네 시간만 자도 쌩쌩하고, 새벽에 사업 계획서를 쓰고, 카드로 이것저것 지르던 그 몇 주가 증상일 수 있다는 건 생각도 못 했어요.
병원을 옮기면서 새 선생님이 예전 일을 아주 자세히 물으셨어요. '기분이 유난히 좋았던 때는 없었어요? 그때 잠은요? 돈은요?' 대답하다가 제가 먼저 말이 느려졌어요. 다 해당됐거든요.
약 설명에서 기억나는 것
- 기분조절제라는 계열의 약을 중심으로 쓴다는 것
- 올라가는 것과 내려가는 것 양쪽을 다 봐야 한다는 것
- 약에 따라 정기적으로 피검사가 필요할 수 있다는 것
- 잠이 줄면 그게 신호일 수 있으니 바로 알려 달라는 것
약 이름보다 '오래 같이 관리해 가는 병'이라는 말이 더 크게 들렸어요. 집에 와서 이틀은 멍했어요. 6년이 아까웠고, 그 좋았던 시기들마저 병이었나 싶어서 허무했어요.
그런데 넉 달이 지난 지금은 조금 달라요. 이름이 붙으니까 대비를 할 수 있더라고요. 기분 기록을 매일 숫자로 남기고, 잠을 여섯 시간 밑으로 자는 날이 이틀 이어지면 진료를 당겨요. 예전 선생님들이 틀렸다기보다, 제가 반쪽만 보여 드렸던 것 같아요.
좋았던 시기 얘기도 진료실에서 꼭 하세요. 저는 그걸 6년 동안 자랑으로만 알았어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