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다가 뭘 먹은 기억이 없어서 말씀드렸어요
아침에 일어났더니 식탁에 빈 라면 봉지가 있었어요. 저 혼자 사는데요.
불면증으로 수면제를 처방받아 먹은 지 두 달쯤 됐을 때예요. 처음엔 '내가 어제 먹고 잤나?' 하고 넘겼는데, 일주일 뒤에 또 그랬어요. 이번엔 싱크대에 냄비까지 있었고, 휴대폰에는 제가 새벽에 친구한테 보낸 이상한 문자가 남아 있었어요. 하나도 기억이 안 났어요.
솔직히 소름이 돋았어요. 가스 불을 켰다는 얘기니까요.
약봉투에 든 설명서를 다시 읽어 보니 비슷한 내용이 적혀 있었어요. 다음 날 바로 병원에 전화해서 진료를 당겼어요.
선생님은 이런 일이 드물게 있을 수 있고, 있으면 반드시 알려야 하는 일이라고 하셨어요. 제가 약을 먹고 바로 눕지 않고 휴대폰을 한참 보다가 잤다는 것도 이때 털어놨어요. 그날 약을 바꾸기로 했고, 몇 가지를 같이 정했어요.
- 약은 잘 준비를 다 끝내고 침대에 누워서 먹기
- 먹은 뒤엔 휴대폰을 방 밖에 두기
- 비슷한 일이 또 생기면 다음 진료까지 기다리지 않고 바로 알리기
약을 바꾼 뒤로는 그런 일이 없어요. 잠드는 데는 전보다 조금 더 걸리지만, 저는 이쪽이 마음이 놓여요.
이 글은 수면제가 무섭다는 얘기가 아니에요. 저한테 잘 맞아서 오래 도움받는 분도 많다고 들었어요. 그냥 '이상한 일이 생기면 민망해하지 말고 말하자'는 얘기예요. 저는 라면 봉지 사진까지 찍어 가서 보여 드렸어요ㅋㅋ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