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울증 진단받은 날, 진료실에서 물어본 다섯 가지
진단명을 듣는 순간 머리가 멍해져서, 미리 적어 간 질문지가 아니었으면 아무것도 못 물어봤을 거예요.
석 달쯤 아침에 몸이 안 일으켜지고, 좋아하던 드라마도 틀어만 놓고 안 보는 날이 이어져서 병원에 갔어요. 검사지 몇 장 쓰고 30분쯤 이야기한 뒤에 선생님이 우울증으로 보인다고, 약을 같이 써 보자고 하셨어요.
전날 밤에 휴대폰 메모장에 적어 둔 질문을 그대로 읽었어요.
제가 물어본 것
- 이 약은 어떤 종류이고, 언제쯤부터 달라지는 걸 느끼나요
- 처음에 불편할 수 있는 건 뭔가요
- 불편하면 다음 진료까지 기다려야 하나요, 전화해도 되나요
- 얼마나 오래 먹게 되나요
- 약 말고 제가 같이 해 볼 수 있는 게 있나요
선생님 대답을 요약하면, 제가 받은 약은 SSRI 계열이고 효과는 보통 몇 주에 걸쳐 천천히 나타난다, 처음 며칠은 속이 불편하거나 잠이 달라질 수 있다, 힘들면 참지 말고 병원으로 전화해라, 기간은 경과를 보면서 같이 정하자, 였어요. 마지막 질문에는 '일단 하루 한 번 햇빛 보기'를 숙제로 주셨고요.
물론 이건 제 진료에서 들은 이야기라, 다른 분은 약도 설명도 다를 거예요.
집에 오는 버스에서 좀 울었어요. 슬퍼서라기보다 '게으른 게 아니었구나' 싶어서요. 지금 3주째인데 아직 드라마틱한 건 없고, 아침에 일어나는 게 아주 조금 덜 무거워요. 처음 가시는 분들, 질문은 꼭 적어 가세요. 진료실에선 진짜 생각이 안 나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