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끊고 싶다는 말을 진료실에서 꺼낸 날
혼나거나 실망하실 줄 알았는데, 선생님은 '언제부터 그런 생각이 들었어요?' 하고 물으셨어요.
약을 먹은 지 1년 반이에요. 요즘 꽤 괜찮게 지내요. 그러니까 슬슬 이런 생각이 들더라고요. 이제 안 먹어도 되지 않나? 매일 약 챙기는 것도 지겹고, 병원 가는 날 반차 쓰는 것도 눈치 보이고요.
사실 그냥 안 먹어 볼까도 생각했어요. 남은 약도 있으니까 며칠 건너뛰어 보고 괜찮으면 그만 가면 되지 않나. 그런데 이 게시판에서 혼자 끊었다가 다시 힘들어졌다는 글들을 읽은 게 걸렸어요. 그래서 말이라도 해 보자 싶었어요.
진료실에서 '선생님, 저 약 그만 먹고 싶어요' 하는데 목소리가 좀 떨렸어요.
선생님이 물으신 것
- 왜 끊고 싶은지(지겨움, 비용, 부작용, 주변 시선 중 뭐가 큰지)
- 요즘 잠, 식사, 일은 어떤지
- 예전에 제일 힘들었을 때 처음 나타난 신호가 뭐였는지
같이 정한 것
바로 끊는 대신 줄이는 계획을 세웠어요. 얼마 동안 어떻게 줄일지, 그 사이에 어떤 신호가 보이면 연락할지요. 제 경우엔 잠이 무너지는 게 첫 신호라서 그걸 지켜보기로 했어요. 회사 일이 몰리는 연말은 피해서 시작하기로 했고요.
생각보다 '안 돼요'가 아니었어요. 끊고 싶다는 마음도 진료실에서 할 수 있는 얘기더라고요. 그 마음을 숨기고 혼자 실험했으면 선생님은 아무것도 모르셨을 테고요.
결과가 어떻게 될지는 아직 몰라요. 다시 늘릴 수도 있겠죠. 그래도 같이 정한 길이라 덜 무서워요.
※ 게시판이 어떻게 쓰이는지 보여드리려고 운영팀이 만든 예시 글이에요. 실제 회원의 내용이 아니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