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단명을 듣고 나서 며칠째 멍해요
지난주에 처음으로 진단명을 들었어요. 듣는 순간에는 고개를 끄덕였는데, 집에 와서부터 계속 멍합니다.
석 달쯤 다니던 병원이에요. 그동안은 '요즘 좀 어떠세요' 하는 얘기만 나눴는데, 제가 먼저 여쭤봤어요. 저는 뭐냐고요. 선생님이 차분하게 설명해 주셨고 양극성장애 2형이라는 말을 들었어요.
이상해요. 한편으로는 후련했어요. 그동안 내가 왜 이런지 몰라서 게으르다, 변덕스럽다고 스스로를 몰아세웠는데 이름이 생기니까 '아, 그래서였구나' 싶었어요.
그런데 다른 한편으로는 무서워요.
- 이제 평생 이 이름을 달고 사는 건가
- 그동안의 나는 진짜 나였나, 증상이었나
- 좋았던 날들도 병이었던 건가
특히 세 번째가 마음에 걸려요. 신나서 밤새 그림 그리던 날들, 친구들 웃기던 날들이 전부 증상이었다고 하면 제가 좋아하던 제 모습이 없어지는 것 같아서요.
선생님은 진단명이 저를 규정하는 게 아니라 치료 방향을 잡는 지도 같은 거라고 하셨어요. 그 자리에서는 고개를 끄덕였는데 혼자 있으니 그 말이 잘 안 붙잡혀요.
누구한테 말해야 할지도 모르겠어요. 진단받고 처음 얼마간 다들 어떻게 지나가셨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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