건강검진 문진표의 '복용 중인 약' 칸 앞에서
볼펜을 든 채로 3분쯤 멈춰 있었습니다.
회사 건강검진 날이었어요. 접수대에서 문진표를 받았는데 '현재 복용 중인 약물' 칸이 있더라고요. 저는 정신과 약을 1년 반째 먹고 있어요.
순간 온갖 생각이 들었어요. 이게 회사로 넘어가나, 인사팀이 보나, 그냥 '없음'에 체크할까. 옆자리에는 같은 팀 동료가 앉아서 문진표를 쓰고 있었고요.
결국 그날은 약 이름 대신 '있음'에만 체크하고, 문진하시는 간호사 선생님께 작은 소리로 따로 말씀드렸어요. 그리고 걱정되던 걸 그대로 물어봤습니다. 선생님 설명으로는 검진 기관이 개인 문진 내용을 회사에 그대로 넘기지는 않는다고 했고, 수면내시경처럼 약을 쓰는 검사가 있어서 먹는 약은 정확히 알려 주는 게 본인한테 안전하다고 하셨어요.
그 말을 듣고 약 이름을 적었어요. 휴대폰에 처방전 사진을 찍어 둔 게 있어서 그걸 보고요.
다음 진료 때 주치의 선생님께도 이 얘기를 했더니, 다른 과 진료나 검사를 받을 때는 먹는 약을 알리는 게 좋고, 검사 전에 약을 어떻게 할지는 미리 물어보라고 하셨어요.
그 뒤로 해 두는 것
- 처방전 사진을 휴대폰 즐겨찾기 앨범에
- 검진 예약할 때 전화로 미리 물어보기
- 회사에 어디까지 전달되는지 불안하면 기관에 직접 확인하기
숨기는 게 저를 지키는 방법인 줄 알았는데, 이 경우에는 말하는 쪽이 저를 지키는 거였어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