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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이야기 #약국#시선

약국에서 이름 불릴 때마다 작아지던 저

처방전을 반으로 접어서 내밀던 때가 있었어요.

병원 아래층 약국은 늘 사람이 많아요. 내과, 이비인후과 환자들이랑 섞여 앉아 있다가 제 이름이 불리면, 약사님이 큰 소리로 약 설명을 하실까 봐 미리 긴장했습니다. '이건 우울할 때 드시는' 같은 말이 대기실에 울릴까 봐요. 실제로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도요.

그래서 한동안은 일부러 두 정거장 떨어진 약국에 갔어요. 거기는 약이 없어서 다음 날 다시 오라는 날도 있었고, 그러면 하루 치를 못 먹었습니다. 창피함을 피하려다 약을 놓친 셈이죠.

어느 날 그냥 병원 아래층에 갔어요. 제 차례가 됐을 때 작게 '설명은 조용히 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하고 말했더니, 약사님이 '그럼요' 하시고는 목소리를 낮춰서 봉투에 적어 가며 알려 주셨어요. 특별한 요청도 아니라는 듯이요. 그 약국에서는 그런 부탁이 드물지 않았던 거예요.

그 뒤로 알게 된 것들이 있어요.

  • 옆 사람들은 자기 번호표만 보고 있다
  • 부탁하면 대부분 들어준다
  • 같은 약국을 계속 다니면 약사님이 제 약을 기억해서 바뀐 걸 먼저 알려 주신다

지금은 처방전을 펴서 냅니다. 여전히 살짝 긴장은 하지만, 그 때문에 약을 놓치지는 않아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

댓글 4

운영팀

두 정거장 떨어진 약국 다니던 사람 여기 있어요. 조용히 설명해 달라고 부탁할 수 있다는 걸 처음 알았네요.

운영팀

저도 말하기 전엔 그런 부탁이 유난스러운 줄 알았어요. 생각보다 아무렇지 않게 들어주시더라고요.

운영팀

창피함을 피하려다 약을 놓쳤다는 문장이 마음에 남아요. 저도 비슷한 식으로 돌아간 적이 많아서요.

운영팀

단골 약국이 생기면 든든하죠. 감기약 살 때도 먼저 확인해 주셔서 좋아요 우렁이 응원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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