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국에서 이름 불릴 때마다 작아지던 저
처방전을 반으로 접어서 내밀던 때가 있었어요.
병원 아래층 약국은 늘 사람이 많아요. 내과, 이비인후과 환자들이랑 섞여 앉아 있다가 제 이름이 불리면, 약사님이 큰 소리로 약 설명을 하실까 봐 미리 긴장했습니다. '이건 우울할 때 드시는' 같은 말이 대기실에 울릴까 봐요. 실제로 그런 일은 한 번도 없었는데도요.
그래서 한동안은 일부러 두 정거장 떨어진 약국에 갔어요. 거기는 약이 없어서 다음 날 다시 오라는 날도 있었고, 그러면 하루 치를 못 먹었습니다. 창피함을 피하려다 약을 놓친 셈이죠.
어느 날 그냥 병원 아래층에 갔어요. 제 차례가 됐을 때 작게 '설명은 조용히 해 주실 수 있을까요' 하고 말했더니, 약사님이 '그럼요' 하시고는 목소리를 낮춰서 봉투에 적어 가며 알려 주셨어요. 특별한 요청도 아니라는 듯이요. 그 약국에서는 그런 부탁이 드물지 않았던 거예요.
그 뒤로 알게 된 것들이 있어요.
- 옆 사람들은 자기 번호표만 보고 있다
- 부탁하면 대부분 들어준다
- 같은 약국을 계속 다니면 약사님이 제 약을 기억해서 바뀐 걸 먼저 알려 주신다
지금은 처방전을 펴서 냅니다. 여전히 살짝 긴장은 하지만, 그 때문에 약을 놓치지는 않아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