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을 줄여 가는 중이에요, 생각보다 천천히
'이제 줄여 봅시다'라는 말을 들었을 때 기쁘면서도 무서웠어요.
항우울제를 먹은 지 1년 반쯤 됐고, 꽤 오래 안정적으로 지냈어요. 지난 계절에 선생님이 먼저 조금씩 줄여 보자고 하셨어요. 그토록 기다리던 말인데 막상 들으니까 '약 없이 내가 괜찮을까' 하는 불안이 확 올라오더라고요.
제가 상상한 건 '다음 달부터 안 먹기'였는데, 실제로는 훨씬 느렸어요. 조금 줄이고, 몇 주 지켜보고, 괜찮으면 또 조금. 중간에 회사 일이 몰려서 잠이 흐트러졌을 때는 줄이는 걸 잠깐 멈추고 그대로 유지했어요.
줄이면서 알게 된 것
- 줄인 직후 며칠은 저는 좀 예민해지고 어지러운 느낌이 있었어요. 미리 들어서 덜 놀랐어요.
- '다시 나빠지는 건가' 싶은 날이 꼭 와요. 그럴 때 혼자 판단하지 않고 진료 때 얘기했어요.
- 멈추거나 되돌아가는 게 실패가 아니라고, 선생님이 몇 번이나 말씀해 주셨어요.
아직 다 줄인 건 아니에요. 솔직히 끝까지 갈 수 있을지도 모르겠어요. 계속 먹는 게 저한테 맞다고 하면 그것도 받아들이려고요. 예전에는 '약 끊기'가 목표였는데, 지금은 '잘 지내기'가 목표이고 약은 그 방법 중 하나라고 생각하게 됐어요.
줄이는 속도도 방법도 사람마다, 약마다 다르대요. 저는 그저 이런 과정도 있다는 걸 남겨 두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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