형제자매가 정신질환이 있을 때 — 잊히기 쉬운 형제의 마음

아픈 형제자매 곁에서 자란 사람의 마음도 돌봄이 필요해요. 형제를 사랑하는 마음과 힘들다는 마음은 함께 있을 수 있어요.
왜 형제의 마음은 잊히기 쉬울까요
가족 중 누군가에게 조현병, 양극성장애, 우울증 같은 정신질환이 생기면 집안의 관심은 아픈 사람에게 모여요. 부모는 병원과 돌봄으로 지치고, 다른 자녀는 '너라도 속 썩이지 마라'는 말을 듣기도 해요. 그렇게 형제는 조용히 뒤로 물러나요.
영국심리학회(BPS)가 펴내는 잡지에 실린 글은 형제자매가 겪는 어려움을 이렇게 정리해요.
- 혼란, 절망, 분노, 슬픔 같은 감정을 겪어요
- 부모의 관심이 줄고, 집안 분위기가 불안해져요
- 예전에 의지하던 형제를 잃은 듯한 상실감이 있어요
- 낙인이 두려워 친구나 선생님에게 말하지 못하고 혼자 지내요
- 집안일과 돌봄에서 맡는 몫이 늘어요
같은 글에 실린 영국의 한 조사에서는 정신건강 전문가 가운데 환자의 형제자매와 정기적으로 만난다고 답한 사람이 27%뿐이었어요. 형제는 치료 현장에서도 잘 보이지 않는 가족이에요.
이런 마음이 들 수 있어요
- 죄책감: 나만 멀쩡해서 미안하다, 나만 잘 지내도 되나
- 화와 억울함: 왜 우리 집만, 왜 나는 늘 참아야 하나
- 부끄러움: 형제를 남에게 소개하기 망설여지는 마음, 그리고 그런 자신에 대한 부끄러움
- 불안: 나도 같은 병에 걸리는 건 아닐까, 부모님이 안 계시면 내가 다 책임져야 하나
- 슬픔: 예전의 형, 누나, 동생이 그리운 마음
이 가운데 어느 것도 나쁜 마음이 아니에요. 오래 긴장하며 지낸 사람에게 생기는 자연스러운 반응이에요.
알아 둘 것
병은 누구의 탓도 아니에요. 형제의 병은 내가 무엇을 잘못해서, 부모가 잘못 키워서 생긴 것이 아니에요.
가족력이 있다고 반드시 병이 생기는 것은 아니에요. 미국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AACAP)는 가족에게 정신질환이 있으면 위험이 높아질 수 있다고 하면서도, 병을 이해하는 것, 안정된 관계, 내 생활, 필요할 때의 상담이 사람을 지켜 준다고 설명해요. 걱정이 크다면 혼자 검색하기보다 정신건강의학과에서 물어보는 편이 정확해요.
힘든 것만 남는 것은 아니에요. 같은 글은 형제자매 가운데 공감하는 힘이 커지고, 형제 사이가 더 가까워지고, 스스로 성장했다고 느끼는 사람도 있다고 전해요.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것
- 병에 대해 정확히 알아봐요. 모를 때 가장 무서워요. 가능하다면 형제의 진료에 한 번 함께 가서 궁금한 것을 물어봐요.
- 할 수 있는 만큼만 정해요. '한 달에 한 번 같이 밥 먹기', '위급할 때 연락받기'처럼 내가 감당할 수 있는 역할을 정해요. 모든 것을 책임질 수는 없어요.
- 부모님과 앞날을 이야기해요. 부모님이 나이 드신 뒤의 돌봄, 돈, 사는 곳 문제를 미리 이야기해 두면 막연한 두려움이 줄어요.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이용할 수 있는 서비스도 함께 알아봐요.
- 내 삶의 계획을 미루지 않아요. 취업, 독립, 결혼을 형제 때문에 포기해야 한다고 느낀다면, 그 생각을 누군가와 꼭 나눠 보세요.
- 말할 곳을 만들어요. 믿을 수 있는 친구, 상담사, 같은 처지의 가족 모임이 도움이 돼요.
부모님께 드리고 싶은 말
아프지 않은 자녀에게도 따로 시간을 내어 주세요. '너는 괜찮지?'라고 묻기보다 '너도 많이 힘들었지'라고 말해 주세요. 형제의 병이 무엇인지 나이에 맞게 설명해 주고, 돌봄을 당연히 맡기지 않는 것이 큰 도움이 돼요.
이럴 땐 전문가에게
- 잠을 못 자거나 우울하고 불안한 날이 2주 넘게 이어질 때
- 형제의 행동 때문에 집에서 안전하지 않다고 느낄 때
- 형제가 죽고 싶다는 말을 할 때
가까운 정신건강복지센터에서 가족도 상담을 받을 수 있어요. 급할 때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 (24시간), 정신건강 위기상담 1577-0199 (24시간)로 전화하세요. 당장 위험하면 112나 119예요.
참고한 자료
- The Psychologist(영국심리학회) — Rethinking siblings and mental illness
- AACAP(미국 소아청소년정신의학회) — Mental Illness in Families
이 글은 마인드 인사이드 편집팀이 위 기관들의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 정보예요.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아요. 약을 시작하거나 바꾸거나 끊는 것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