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어나지도 않은 일을 미리 겪는 버릇
아직 일어나지 않은 일을 머릿속에서 끝까지 겪어 버려요.
예를 들면 이래요. 팀장님이 "잠깐 얘기 좀 할까요"라고 메시지를 보내시면, 회의실에 가기까지 5분 동안 저는 이미 혼나고, 평가가 깎이고, 회사를 나오고, 다음 직장을 못 구하는 데까지 가 있어요. 실제로 들어가 보면 "다음 주 일정 조정 좀 하자"는 얘기고요.
친구가 답장이 늦으면 '내가 뭘 잘못했나'부터 '이 친구랑은 끝났구나'까지. 몸이 좀 안 좋으면 검색을 시작해서 제일 나쁜 결과까지. 늘 이런 식이에요. 가장 나쁜 결말까지 미리 다녀오는 버릇이 있어요.
미리 걱정해 두면 실제로 닥쳤을 때 덜 놀랄 거라는 생각이 어딘가에 있는 것 같아요. 준비하는 거라고요. 그런데 돌아보면 제가 미리 겪은 일들 대부분은 일어나지 않았어요. 일어나지 않은 일로 저는 이미 수십 번 지쳤고요.
이 얘기를 병원에서 했더니 선생님이 그런 생각 흐름에 대해 설명해 주시고, 상담에서 더 다뤄 보면 좋겠다고 하셨어요. 그건 그것대로 해 볼 거예요.
여기서 여쭙고 싶은 건 좀 더 생활에 가까운 거예요.
- 비슷한 버릇이 있는 분들은, 머릿속 영화가 시작됐다는 걸 어떻게 알아차리세요
- 알아차린 다음엔 뭘 하세요
- 주변 사람한테 "나 지금 최악을 상상하고 있어"라고 말해 본 적 있으세요
저는 알아차리는 것부터가 어려워요. 정신을 차려 보면 이미 영화가 끝나 있거든요. 중간에 멈춰 보신 분들의 요령이 궁금합니다. 정답 말고, 각자 해 보신 것들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