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모님께 병원 다닌다고 말씀드려야 할까요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닌 지 넉 달인데, 부모님은 아직 모르세요.
저는 독립해서 혼자 살고, 부모님은 차로 두 시간 거리에 계세요. 한 달에 한 번쯤 내려가는데, 갈 때마다 약봉투를 가방 깊숙이 넣고 화장실에서 몰래 먹어요. 그게 은근히 지쳐요. 숨기는 일이 하나 있다는 것만으로도 부모님 앞에서 자꾸 눈치를 보게 되고요.
말씀드릴까 고민하는 이유는 이래요.
- 숨기는 게 피곤하다
- 엄마가 "요즘 얼굴이 안 좋다"고 자꾸 물으시는데 둘러대기 미안하다
- 혹시 나중에 다른 경로로 아시면 더 속상해하실 것 같다
망설이는 이유는 이렇고요.
- 엄마는 걱정이 많은 분이라 밤잠을 못 주무실 것 같다
- 아빠는 "마음을 굳게 먹으면 되지"라고 하실 분이다
- "우리가 뭘 잘못 키웠나" 하고 자책하실까 봐
- 약 먹는 걸 말리실까 봐
지금 치료는 저한테 도움이 되고 있고, 계속 다닐 생각이에요. 부모님의 허락이 필요한 나이도 아니고요. 그러니까 꼭 말해야 하는 건 아닌데, 말하지 않는 것도 편하지가 않아요.
가족에게 말씀하신 분들, 어떻게 꺼내셨는지 궁금해요. 한 번에 다 말하셨는지, 조금씩 하셨는지, 그리고 반응이 어땠는지요. 말하지 않기로 하신 분들의 이유도 듣고 싶어요. 말하는 게 옳고 숨기는 게 그르다는 얘기가 아니라, 각자 어떻게 정하셨는지 알고 싶습니다.
말씀드린다면 전화보다는 직접 뵙고 하는 게 낫겠다는 생각은 있어요. 그런데 그러면 한 달에 한 번 내려가는 그 주말이 통째로 무거워질 것 같아서, 날을 잡는 것부터가 어렵네요. 편지처럼 글로 먼저 전하신 분도 계신지 궁금해요.
주치의 선생님께도 다음 진료 때 여쭤볼 생각이에요. 그 전에 먼저 지나가 보신 분들 얘기를 듣고 싶었어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