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넷에 ADHD 검사받고 약 설명 들은 날
물건 잃어버리기 세계 대회가 있으면 메달권이라고 농담하던 사람이, 서른넷에 검사를 받았어요.
지갑은 일 년에 두 번, 우산은 셀 수도 없고, 회사에서는 마감 전날 밤에만 일이 돼요. 성격인 줄 알았는데 승진하고 관리할 일이 늘면서 버틸 수가 없었어요.
병원에서는 면담을 길게 하고, 컴퓨터로 하는 주의력 검사와 설문지를 했어요. 어릴 때 생활기록부를 가져오라고 해서 본가에서 찾아 갔는데, 초등학교 내내 '산만하나 밝음'이 적혀 있더라고요ㅋㅋ 선생님이 그걸 보고 웃으셨어요.
약 설명에서 들은 것
- 제가 받은 건 메틸페니데이트 계열이고, 먹은 날 효과가 있는 약이라는 것
- 입맛이 줄거나 잠이 늦어질 수 있어서 먹는 시간이 중요하다는 것
- 가슴 두근거림이 있으면 알려 달라는 것 (혈압과 맥박도 재셨어요)
- 관리가 엄격한 약이라 처방받은 본인만, 정해진 대로 먹어야 한다는 것
- 약이 '의지'를 만들어 주는 건 아니고, 일정 관리 같은 습관을 같이 만들어야 한다는 것
마지막 말이 좀 아쉬웠어요. 솔직히 약 하나로 인생이 정리되길 바랐거든요.
첫 주 소감은, 회의에서 남의 말이 끝까지 들린다는 거예요. 원래는 중간에 다른 생각으로 새서 끝을 못 들었는데요. 대신 점심 생각이 안 나서 오후에 머리가 아팠고, 그건 다음 진료 때 말씀드릴 거예요.
검사받기 전에 '핑계 찾으려는 거 아닌가' 하고 1년을 망설였어요. 망설이는 분께, 검사는 그냥 검사예요. 아니면 아닌 걸 아는 것도 수확이고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