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절을 못 해서 제 주말이 없어요
'혹시 이번 주말에 시간 돼?'라는 말이 제일 무서워요.
저는 부탁을 받으면 일단 '응, 괜찮아'가 먼저 나와요. 입이 저보다 빨라요.
지난 한 달 주말을 적어 봤어요.
- 첫째 주: 회사 동료 이사 도와줌. 하루 종일
- 둘째 주: 사촌 동생 자기소개서 봐 줌. 일요일 밤 열두 시까지
- 셋째 주: 친구 대신 당직. 친구는 여행 감
- 넷째 주: 선배 결혼식 축가 반주. 연습까지 이틀
저는 한 달 동안 빨래를 평일 밤에 했고, 냉장고엔 상한 반찬이 있어요. 쉬고 싶다고 생각한 지는 오래됐어요.
거절하려고 하면 상대가 실망하는 얼굴이 먼저 떠올라요. '쟤 변했네' 소리를 들을까 봐, 다음부터 저를 안 찾을까 봐 무서워요. 그리고 솔직히 말하면 부탁받는 게 제가 쓸모 있다는 증거 같아서, 거절하면 제 자리가 없어질 것 같아요.
그런데 요즘은 도와주면서 속으로 화가 나요. 겉으론 웃는데요. 당직 바꿔 준 친구가 여행 사진 올린 걸 보고 휴대폰을 엎어 놨어요. 화낼 자격도 없죠, 제가 된다고 했으니까요.
이번 주에도 벌써 부탁이 하나 들어왔어요. 아직 답을 안 했어요. '안 돼'를 어떻게 말하는 건가요? 말하고 나서 밀려오는 미안함은 어떻게 견디세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