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우울제 한 달, 달라진 건 아주 작은 것들이었어요
한 달 동안 '효과가 있는 건가?' 를 백 번쯤 물었던 것 같아요.
약을 시작할 때 선생님이 '효과는 보통 몇 주에 걸쳐 천천히 나타나요. 첫 주에 아무 변화가 없어도 이상한 게 아니에요' 라고 하셨어요. 들을 땐 끄덕였는데, 막상 먹기 시작하니까 매일 아침 내 기분을 점검하게 되더라고요. 오늘은 좀 나은가? 아닌가? 하면서요.
제가 적어 둔 주별 메모
- 1주: 기분은 그대로. 대신 속이 살짝 더부룩하고 잠이 얕았어요.
- 2주: 여전히 잘 모르겠음. 더부룩한 건 줄었어요.
- 3주: 아침에 눈 떴을 때 가슴이 덜 무거운 날이 이틀 있었어요.
- 4주: 설거지를 미루지 않고 한 날이 생김. 친구 카톡에 답장을 당일에 했어요.
적어 놓고 보니 '기분이 좋아졌다'가 아니라 하던 일이 조금 덜 힘들어졌다에 가까웠어요. 영화처럼 세상이 환해지는 건 없었고요.
한 달째 진료에서 이 메모를 보여 드렸더니 선생님이 '이 정도면 반응이 있는 편이니 조금 더 지켜보자'고 하셨어요. 제 기준으로는 별것 아닌 변화라 말할까 말까 했는데, 그런 작은 게 오히려 중요한 정보라고 하시더라고요.
물론 이건 제 경우예요. 더 빨리 느끼는 분도, 한 달이 지나도 잘 모르겠어서 약을 조정하는 분도 있다고 들었어요. 초반에 조급한 분들, 기분 대신 한 일을 적어 보는 것도 방법이었다고 남겨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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