논문 주제를 세 번 엎고 나서
석사 3학기인데 아직 주제가 없다고 하면 다들 표정이 달라져요.
첫 번째 주제는 이미 비슷한 연구가 너무 많았어요. 두 번째는 척도 번안부터 해야 해서 졸업 기한 안에 불가능했고, 세 번째는 대상자를 모을 방법이 없었어요. 연구실 미팅에서 세 번째로 엎어지던 날은 집에 와서 한참을 멍하니 있었어요.
지금은 네 번째 주제로 프로포절을 준비하고 있어요. 돌아보니 엎어진 이유가 다 달랐는데, 공통점이 하나 있었어요. 실현 가능성을 맨 나중에 확인했다는 거예요.
이번에는 순서를 바꿨어요
- 먼저 '내가 모을 수 있는 대상'부터 정하기
- 타당화된 한국어판 척도가 있는지 확인하기
- 그 안에서 궁금한 질문 찾기
- 지도교수님께는 완성된 안이 아니라 한 쪽짜리 메모로 일찍 보여 드리기
마지막이 제일 컸어요. 예전에는 완벽하게 다듬어서 가져가려다가 한 달을 쓰고 5분 만에 엎어졌거든요. 지금은 덜 익은 생각을 일찍 들고 가요. 민망하지만 시간은 훨씬 덜 버려요.
동기들은 벌써 자료를 모으고 있어서 조급한 마음은 여전해요. 밤에 누우면 '한 학기 더 다니게 되면 어쩌지' 하는 생각이 돌아요. 그래도 엎어진 세 개가 완전히 버려진 건 아니더라고요. 그때 읽은 논문들이 지금 서론에 들어가고 있어요.
주제 못 정해서 불안한 분들, 저 같은 사람도 있다는 걸 알려 드리고 싶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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