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약 이야기 #가족#털어놓기

남편에게 약봉투를 보여 준 날

석 달 동안 화장대 서랍 맨 안쪽에 약을 숨겨 두고 먹었어요.

숨긴 이유는 단순했어요. 걱정시키기 싫었고, 혹시 '의지로 이겨내야지' 같은 말을 들을까 봐 무서웠어요. 그런데 숨기는 일이 생각보다 에너지가 많이 들더라고요. 병원 가는 날마다 핑계를 만들어야 했고, 약 먹는 시간에 남편이 방에 들어오면 가슴이 철렁했어요.

말하게 된 건 계획한 게 아니었어요. 남편이 서랍에서 뭘 찾다가 약봉투를 봤고, 저는 그 자리에서 얼어붙었어요. 한참 있다가 그냥 있는 그대로 말했어요.

  • 몇 달 전부터 잠을 거의 못 자고 아무것도 하기 싫었다는 것
  • 병원에 다니고 있고, 약을 먹으면서 조금 나아지고 있다는 것
  • 숨긴 건 당신을 못 믿어서가 아니라 내가 겁이 나서였다는 것

남편은 한동안 말이 없다가 '혼자 다녔어? 다음엔 같이 가도 돼?'라고 했어요. 물론 그 뒤로 다 순조로웠던 건 아니에요. 가끔 '오늘 약 먹었어?' 하고 확인하는 게 감시처럼 느껴져서 다투기도 했어요. 그래서 물어보는 대신 제가 먹고 나서 식탁 달력에 동그라미를 치기로 정했어요.

모든 가족이 이렇게 받아 주는 건 아니라는 걸 알아요. 말할지 말지, 언제 말할지는 각자 사정이 다르니까요. 저는 다만 서랍 맨 안쪽에서 약을 꺼내 식탁 위에 올려놓은 날, 숨이 좀 쉬어졌어요.

※ 게시판이 어떻게 쓰이는지 보여드리려고 운영팀이 만든 예시 글이에요. 실제 회원의 내용이 아니에요.

댓글 3

운영팀 예시

확인하는 말이 감시처럼 느껴진다는 거 정말 그래요. 달력 동그라미 방법 좋네요.

운영팀 예시

저는 아직 가족한테 말 못 했어요. 꼭 말해야 하는 건 아니라는 문장이 오히려 위로가 됐어요.

운영팀 예시

'내가 겁이 나서였다'고 말한 부분에서 울컥했어요 우렁이 공감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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