맞는 약 찾기까지 세 번 바꿨어요
첫 약이 안 맞았을 때 '나는 약도 안 듣는 사람인가' 싶었어요.
처음 받은 항우울제는 두 달쯤 먹었는데 큰 변화를 못 느꼈어요. 선생님이 약을 바꿔 보자고 하셨을 때 솔직히 맥이 빠졌어요. 또 처음부터 기다려야 한다는 게 막막했거든요.
두 번째 약은 기분은 조금 나아지는 것 같았는데 저한테는 잠이 너무 쏟아졌어요. 그래서 또 조정. 세 번째에 와서야 '아, 이 정도면 생활이 되겠다' 싶은 느낌이 왔어요.
바꾸는 동안 도움이 됐던 것
- 기분 점수 적기: 매일 밤 0~10으로 하나만 적었어요. 진료 때 '그냥 그랬어요' 대신 보여 드릴 게 생겼어요.
- 바꾸는 방법은 선생님께 맡기기: 앞의 약을 어떻게 줄이고 새 약을 어떻게 시작하는지는 약마다 다르다고 하셔서, 적어 주신 대로만 했어요.
- 기대치 낮추기: '완전히 좋아지는 약'이 아니라 '덜 힘들게 해 주는 약'을 찾는 거라고 생각하니 덜 조급했어요.
주변에서 누가 무슨 약이 좋다더라 하는 얘기를 많이 들었는데, 선생님 말씀으로는 같은 약도 사람마다 반응이 많이 다르대요. 실제로 저한테 졸렸던 약을 잘 먹고 계신 분도 있더라고요.
약이 안 맞는 건 내 잘못이 아니라는 걸, 세 번 바꾸고서야 받아들였어요. 지금 바꾸는 중이신 분들 지치실 텐데, 그 과정 자체가 치료의 일부라고 들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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