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전 2주 동안 기분을 한 줄씩 적어 갔어요
"그동안 어떻게 지내셨어요?"라는 질문에 늘 "그냥 그랬어요"라고만 답하던 사람입니다.
진료실에 들어가면 머리가 하얘져요. 2주 동안 분명 힘든 날도 있었고 괜찮은 날도 있었는데, 막상 앉으면 오늘 아침 기분밖에 생각이 안 나요. 오늘 괜찮으면 "괜찮았어요", 오늘 안 좋으면 "안 좋았어요"가 돼 버려요. 나오고 나서야 '아, 지난주 화요일에 그 얘기를 했어야 했는데' 하고요.
그래서 이번엔 하루에 한 줄씩만 적어 봤어요. 길게 쓰면 며칠 못 갈 걸 알아서, 형식을 딱 정했습니다.
한 줄 형식
날짜 / 기분 점수(10점 만점) / 잠(잘 잠·보통·못 잠) / 한마디
실제로는 이런 식이에요.
- 3일 / 4점 / 못 잠 / 새벽에 두 번 깸, 낮에 멍함
- 4일 / 6점 / 보통 / 점심 산책함
- 5일 / 3점 / 못 잠 / 회의 뒤 가슴 답답
- 6일 / 5점 / 잘 잠 / 별일 없음
휴대폰 메모장에 자기 전에 30초면 써요. 빠뜨린 날이 사흘 있었는데 그건 빈칸으로 뒀어요.
진료 날 그걸 그대로 보여 드렸어요. 선생님이 쭉 보시더니 "잠 못 잔 다음 날 점수가 낮네요" 하셨어요. 저는 적으면서도 몰랐던 건데요. 그날 진료는 평소보다 얘기가 구체적이었어요. 약을 먹고 속이 어땠는지도 한마디 칸에 적어 둔 덕분에 빠뜨리지 않고 말씀드렸고요.
이 메모로 뭘 어떻게 조정하셨는지는 제 진료 내용이라 생략할게요. 그건 선생님이 판단하실 일이기도 하고요. 제가 한 건 재료를 들고 간 것뿐이에요.
"그냥 그랬어요" 대신 내밀 종이 한 장이 있다는 게 생각보다 든든했습니다. 다들 진료 전에 어떤 걸 적어 가세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