병원 가는 날을 세 군데에 적어 둡니다
휴대폰 달력 하나만 믿다가 낭패를 본 뒤로, 병원 가는 날은 세 군데에 적어요.
작년 겨울에 휴대폰을 바꾸면서 달력이 제대로 안 넘어왔어요. 예약이 다 날아간 줄도 모르고 있다가, 병원에서 "오늘 예약이셨는데 안 오셨네요" 하는 전화를 받았습니다. 그날은 진짜 등에 식은땀이 났어요.
그 뒤로 조금 과하다 싶게 챙기고 있어요.
세 군데
- 휴대폰 달력: 알림 두 번(전날 저녁, 당일 아침)
- 현관문 안쪽 포스트잇: 나가면서 반드시 보는 자리. 날짜와 시간만 크게
- 지갑 속 예약 종이: 병원에서 주는 걸 그대로 접어서
셋 중 하나가 사라져도 나머지 둘이 남아 있으니까 마음이 편해요.
포스트잇에는 병원 이름은 안 쓰고 '목 3시'처럼만 적어요. 집에 누가 와도 뭔지 모르게요. 그 정도면 저만 알아볼 수 있으니까요.
그리고 전날 저녁 알림이 울리면 가방을 미리 싸 둡니다. 넣는 건 이래요.
- 신분증
- 진료 때 할 말을 적은 메모
- 지금 먹는 약 봉투 (다른 병원에서 받은 약이 있으면 그것도)
- 물
약 봉투를 챙기는 건 약사님이 알려 주신 거예요. 다른 병원 약이랑 같이 먹어도 되는지 확인할 때 이름을 정확히 알아야 한다고요. 감기로 내과에 갔을 때도 지금 먹는 약을 말씀드렸는데, 그때 봉투가 있어서 편했어요.
이렇게까지 하는 게 유난스러운가 싶을 때도 있어요. 그런데 제 경우엔 병원 가는 날을 놓치면 그 뒤 며칠이 통째로 흔들리더라고요. 그러니까 저한테는 이 정도 품을 들일 만한 일이에요. 다들 '이건 절대 안 잊으려고 이렇게까지 한다' 싶은 게 있으세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