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감 예방접종 날, 문진표에 먹는 약을 적었어요
'현재 복용 중인 약이 있습니까'에서 펜이 2초쯤 멈췄습니다.
회사 근처 내과에 독감 주사를 맞으러 갔어요. 접수하고 문진표를 받았는데 그 항목이 있더라고요. 솔직히 '없음'에 체크하고 싶은 마음이 스쳤어요. 주사 한 대 맞는 건데 굳이, 하는 생각도 들었고요. 대기실에 회사 사람이 있을 수도 있고요.
그런데 지난 진료 때 주치의 선생님이 하신 말이 떠올랐어요. '다른 병원에 가실 때는 드시는 약을 꼭 말씀해 주세요. 그쪽 선생님이 판단하실 수 있게요.'
그래서 '있음'에 체크하고, 휴대폰에 찍어 둔 약 봉투 사진을 보고 약 이름을 옮겨 적었어요. 저는 약 이름을 못 외워서 봉투가 바뀔 때마다 사진을 찍어 둡니다. 이럴 때 쓸모가 있더라고요.
진료실에서 내과 선생님이 문진표를 보시고는 '네, 확인했습니다. 접종하셔도 됩니다' 하셨어요. 그게 끝이었습니다. 표정 하나 안 바뀌셨어요. 제가 긴장한 게 머쓱할 정도로요.
이번에 정해 둔 것
- 약 봉투 사진은 휴대폰 즐겨찾기 앨범에
- 문진표의 그 칸은 고민하지 말고 그대로 적기
- 궁금한 건 그 자리에서 물어보기
접종해도 되는지는 그날 진찰한 선생님이 판단하실 일이니, 제가 할 일은 정확히 알리는 것뿐이더라고요.
팔은 이틀쯤 뻐근했어요. 그건 약이랑 상관없이 매년 그렇습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