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타러 가는 날의 저만의 순서
4주에 한 번, 목요일 오후 반차. 이제는 좀 익숙해졌어요.
처음에는 병원 가는 날이 제일 싫었어요. 대기실에 앉아 있으면 '내가 여기 왜 있지' 싶고, 아는 사람을 마주칠까 봐 모자를 눌러썼고, 끝나면 도망치듯 나왔어요.
지금은 그날을 조금 다르게 씁니다. 병원만 다녀오면 '아픈 사람의 날'인데, 앞뒤에 뭘 붙이니까 '나를 챙기는 날'쯤이 되더라고요.
요즘 순서
- 가기 전: 지하철에서 메모장 훑어보기. 지난 4주 동안 적어 둔 것 중 꼭 말할 것 세 가지에 별표.
- 대기실: 이어폰 끼고 늘 같은 재생목록. 순서가 정해져 있으니 덜 긴장돼요.
- 진료: 별표 세 개부터 말하기. 다음 예약은 그 자리에서 잡기.
- 약국: 약 받으면서 바뀐 게 있는지 여쭤보기. 모양이 달라지면 꼭 물어봐요.
- 끝나고: 병원 옆 국숫집에서 잔치국수 한 그릇. 이게 제일 중요합니다.
- 집: 약 봉투에 날짜 적고 달력에 다음 진료일 표시.
국수를 먹는 건 저한테 주는 작은 상이에요. 가기 싫은 날에도 '국수 먹으러 가자'고 하면 발이 떨어져요.
병원 다니는 게 자랑은 아닐지 몰라도, 꼬박꼬박 다니는 건 제가 저를 위해 하는 일 중에 제일 꾸준한 일이에요. 요즘은 그걸 좀 인정해 주려고 합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