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담자의 SNS를 검색하려다 손을 멈춘 밤
걱정돼서였다고 스스로에게 말했지만, 절반은 궁금해서였습니다.
지난 회기에 유독 가라앉아 보이던 내담자분이 계셨어요. 밤에 자꾸 생각이 나서 휴대폰을 들었고, 검색창에 이름을 치는 데까지 갔습니다. 엔터를 누르기 직전에 멈췄어요.
멈추고 나서 생각해 봤습니다. 내가 이걸 보면 뭐가 달라지나.
- 봤는데 괜찮아 보이면? 그게 진짜 괜찮은 건지 저는 알 수 없습니다
- 걱정스러운 글이 있으면? 내담자가 저에게 말하지 않은 것을 제가 몰래 알게 됩니다. 다음 회기에 아는 척도, 모르는 척도 어색해요
- 그리고 내담자는 자기가 보여 주기로 선택한 것만 상담실에 가져올 권리가 있습니다
다음 날 수퍼비전에 가져갔더니 선생님이 그러셨어요. '걱정이 되면 걱정을 다룰 절차를 쓰고, 궁금하면 그 궁금함이 어디서 오는지를 봐라. 검색은 둘 다 해결 못 한다.'
그래서 정리한 제 원칙
- 내담자를 검색하지 않습니다. 상담 전에도, 중에도, 종결 뒤에도
- 내담자가 먼저 '제 글 보실래요?' 하시면 회기 안에서 같이 봅니다. 혼자 미리 보지 않아요
- 걱정이 큰 상황이면 검색이 아니라, 미리 합의해 둔 방법으로 확인합니다
- 제 개인 계정은 비공개로 돌리고, 내담자의 팔로우 요청은 받지 않는다는 걸 첫 회기 안내문에 넣었습니다
- 우연히 보게 됐다면 숨기지 않고 다음 회기에 말합니다
기술적으로 볼 수 있다는 것과 봐도 된다는 건 다르더라고요. 그날 밤 엔터를 안 누른 게 다행이었습니다.
선생님들은 어떻게 하고 계신가요? 기관마다 지침이 있는지도 궁금해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