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깎아 주시면 안 돼요?'라는 말 앞에서
첫 1년은 깎아 달라는 말에 거의 다 깎아 드렸습니다.
개인 상담실을 열고 제일 어려웠던 게 돈 이야기였어요. 사정을 들으면 다 딱했고, 거절하면 돈만 밝히는 상담사가 되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그때그때 깎았어요. 누구는 만 원, 누구는 2만 원, 누구는 절반.
문제가 생긴 건 몇 달 뒤였습니다.
- 누구에게 얼마를 받는지 제가 헷갈렸습니다
- 깎아 드린 분이 회기를 자주 취소하시면 속으로 서운했어요. 그 서운함이 상담에 묻어났고요
- 월말에 임대료를 내고 나면 남는 게 없었습니다
- 무엇보다, 기준이 제 그날 기분이었어요. 공정하지 않았습니다
수퍼바이저 선생님이 '상담료는 구조의 일부다. 구조가 흔들리면 상담이 흔들린다'고 하셨어요. 그래서 원칙을 종이에 적었습니다.
지금 원칙
- 정가는 하나. 안내문에 적혀 있습니다
- 감면 자리는 정해진 수만큼. 저는 한 주에 세 자리입니다. 다 차면 대기
- 감면 기준과 금액도 미리 정해 둡니다. 협상하지 않아요
- 감면은 기간을 정하고(석 달), 그때 다시 이야기합니다
- 제가 감당하기 어려우면 지역의 무료·저비용 기관을 안내합니다
거절할 때는 이렇게 말해요. '지금은 감면 자리가 차 있어요. 자리가 나면 연락드릴 수 있고, 그 전에 이용하실 수 있는 곳을 알려 드릴게요.' 제 사정이 아니라 규칙으로 말하니 서로 덜 민망합니다.
지금도 돈 얘기는 불편해요. 다만 불편하다고 피하면 결국 제가 지쳐서 문을 닫게 된다는 걸 알았습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