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기가 '나 상담 다녀' 하고 먼저 말해 줬을 때
당직실에서 컵라면 먹다가 들은 말인데, 그날 이후로 의국 공기가 조금 달라졌어요.
동기 넷 중에 제일 단단해 보이던 친구였습니다. 환자 앞에서도, 교수님 앞에서도 흔들리는 걸 본 적이 없었어요. 그 친구가 아무렇지 않게 '나 격주로 상담 다녀, 목요일 저녁에 일찍 나가는 게 그거야' 하더라고요.
놀란 건 내용이 아니라 제 반응이었습니다. 정신과 전공의인 제가 속으로 '쟤가 왜?' 하고 있더라고요. 환자분들께는 도움받는 게 용기라고 매일 말하면서요.
친구 말로는 특별히 큰일이 있어서가 아니라고 했습니다. 환자분 이야기가 퇴근 후에도 따라와서 잠이 얕아졌고, 그걸 혼자 정리하는 데 한계가 왔다고요. 그리고 이렇게 덧붙였어요.
'우리가 받는 수퍼비전은 환자를 위한 거고, 상담은 나를 위한 거라서 다르더라.'
그 말이 계속 남았습니다. 저는 수퍼비전에서 제 감정 얘기를 하면 '케이스 얘기로 돌아가자'가 되는 게 당연하다고 생각했는데, 그럼 제 얘기는 어디서 하나 싶었어요.
그 뒤로 달라진 것:
- 동기 넷이 '요즘 어때'를 진짜로 묻게 됐습니다
- 목요일 저녁 그 친구 콜은 나머지 셋이 돌아가며 받아요
- 저도 알아보는 중입니다. 아직 예약은 못 했지만요
수련 중에 받는 게 기록에 남을까, 누가 알까 하는 걱정이 없진 않아요. 그런데 친구가 먼저 말해 준 덕분에 그 걱정이 조금 작아졌습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