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분께 처음으로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한 날
모른다고 하면 신뢰를 잃을 줄 알았는데, 반대였습니다.
1년차 가을이었어요. 병동 환자분이 '저는 언제쯤 나아요? 예전처럼 일할 수 있어요?' 하고 물으셨습니다. 그 전까지 저는 이런 질문에 '점점 좋아지실 거예요' 같은 말로 넘겼어요. 틀린 말은 아닌데, 대답도 아니었죠.
그날은 왠지 그 말이 안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냥 말했어요.
'솔직히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난주보다 주무시는 시간이 늘었고, 그건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께 여쭤보고 내일 다시 말씀드릴게요.'
환자분이 한참 저를 보시더니 '처음으로 제대로 대답해 주시네요' 하셨습니다. 좀 멍했어요. 제가 그동안 한 말은 대답으로 들리지 않았던 거예요.
그 뒤로 제 나름의 규칙이 생겼습니다.
-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한다
- 대신 지금 아는 것 한 가지를 같이 말한다
- 언제까지 알아 와서 다시 말씀드릴지 약속한다
- 그 약속은 꼭 지킨다 (이게 제일 중요)
다음 날 교수님 말씀을 전하러 갔더니, 내용보다 '진짜 다시 왔네'를 더 반가워하셨어요.
물론 모른다는 말만 던지고 끝내면 그건 그냥 무책임이겠죠. 그 경계는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 선생님들은 '모르겠다'를 어떻게 말하시나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