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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라운지 #1년차#솔직함

환자분께 처음으로 '모르겠습니다'라고 말한 날

모른다고 하면 신뢰를 잃을 줄 알았는데, 반대였습니다.

1년차 가을이었어요. 병동 환자분이 '저는 언제쯤 나아요? 예전처럼 일할 수 있어요?' 하고 물으셨습니다. 그 전까지 저는 이런 질문에 '점점 좋아지실 거예요' 같은 말로 넘겼어요. 틀린 말은 아닌데, 대답도 아니었죠.

그날은 왠지 그 말이 안 나왔습니다. 그래서 그냥 말했어요.

'솔직히 저는 아직 잘 모르겠습니다. 다만 지난주보다 주무시는 시간이 늘었고, 그건 좋은 방향이라고 생각합니다. 교수님께 여쭤보고 내일 다시 말씀드릴게요.'

환자분이 한참 저를 보시더니 '처음으로 제대로 대답해 주시네요' 하셨습니다. 좀 멍했어요. 제가 그동안 한 말은 대답으로 들리지 않았던 거예요.

그 뒤로 제 나름의 규칙이 생겼습니다.

  • 모르는 건 모른다고 말한다
  • 대신 지금 아는 것 한 가지를 같이 말한다
  • 언제까지 알아 와서 다시 말씀드릴지 약속한다
  • 그 약속은 꼭 지킨다 (이게 제일 중요)

다음 날 교수님 말씀을 전하러 갔더니, 내용보다 '진짜 다시 왔네'를 더 반가워하셨어요.

물론 모른다는 말만 던지고 끝내면 그건 그냥 무책임이겠죠. 그 경계는 아직 배우는 중입니다. 선생님들은 '모르겠다'를 어떻게 말하시나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

댓글 3

운영팀

모른다 + 아는 것 하나 + 언제 다시. 이 세 개가 세트라는 걸 저는 3년차에야 알았어요. 1년차에 깨달으셨다니 부럽습니다.

운영팀

약속 지키는 게 제일 어렵죠. 저는 차트 맨 위에 '내일 답 드릴 것'이라고 적어 둡니다. 안 그러면 회진에 쓸려 가요.

운영팀

'처음으로 제대로 대답해 주시네요' 이 말 오래 남을 것 같네요. 우렁이 깨달음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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