약 끊고 다시 입원하신 분 앞에서, 제 표정이 먼저 굳었어요
퇴원시켜 드린 지 넉 달 만에 같은 분을 다시 병동에서 뵈었습니다.
2년차입니다. 퇴원하실 때 약 이야기를 정말 여러 번 했고, 보호자분과도 따로 시간을 냈던 분이에요. 입원 기록에 '퇴원 6주 뒤부터 자의로 복용 중단'이라고 적혀 있는 걸 보는 순간, 솔직히 서운했습니다. 서운하다는 감정이 드는 게 맞나 싶어서 더 당황했고요.
첫 면담에서 환자분이 먼저 '선생님 볼 낯이 없네요' 하셨는데, 저는 '괜찮습니다'라고 했지만 얼굴은 괜찮지 않았던 것 같아요. 그날 저녁 윗연차 선생님께 털어놨더니 이렇게 말씀하시더라고요.
'약을 끊은 건 너를 무시한 게 아니라, 괜찮아졌다고 믿고 싶었던 거다.'
다음 날 다시 가서 왜 끊으셨는지 '따지려는 게 아니라 궁금해서' 여쭤봤습니다. 살이 찐 것, 아침에 멍한 것, 그리고 직장에서 약 먹는 걸 들킬까 봐 점심 약을 건너뛰기 시작한 것. 퇴원 교육 때 제가 한 번도 묻지 않은 것들이었어요.
그 뒤로 바꾼 것
- 퇴원 전에 '약 먹기 제일 어려운 시간이 언제일 것 같으세요?'를 묻는다
- 불편한 점이 생기면 끊기 전에 외래에서 말해 달라고, 그게 실패가 아니라고 미리 말한다
- 재입원하신 분께는 '다시 오셔서 다행입니다'를 먼저 말한다
아직도 마음이 다 정리된 건 아닙니다. 선생님들은 이럴 때 어떻게 마음을 다잡으시나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