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질적 연구 인터뷰, 녹음기를 안 켰습니다
한 시간 인터뷰를 마치고 녹음기를 봤더니 00:00이었어요.
석사 논문을 질적 연구로 쓰고 있어요. 첫 참여자를 어렵게 구해서 카페 스터디룸에서 만났어요. 동의서 설명하고, 서명받고, 긴장한 상태로 '그럼 시작하겠습니다' 했는데, 녹음 버튼을 누른다는 걸 그대로 잊었어요.
참여자분은 정말 깊은 얘기를 해 주셨어요. 중간에 눈물도 보이셨고요. 끝나고 인사하고 나와서 파일을 확인하는 순간 다리에 힘이 풀렸어요.
카페 앞에 서서 휴대폰 메모장에 기억나는 걸 30분 동안 정신없이 적었어요. 그리고 지도교수님께 메일을 보냈어요. 혼날 각오로요.
교수님 답장은 의외로 짧았어요. '나도 박사 때 한 번 그랬다. 참여자에게 솔직히 말하고 보충 면담이 가능한지 정중히 여쭤봐라. 거절하셔도 당연한 것이다.'
참여자분께 사과드렸고, 감사하게도 30분 보충 면담에 응해 주셨어요. 처음만큼의 이야기는 아니었지만요.
그 뒤로 생긴 제 규칙
- 녹음기 두 대 (휴대폰 + 전용 녹음기)
- 시작 전 체크리스트를 종이로 출력해 책상에 올려 두기
- 녹음 누른 뒤 '오늘은 몇 월 며칠, 몇 번째 면담입니다'를 소리 내어 말하기. 이 말을 해야 시작한 걸로 치기
- 시작 5분 뒤 화면 한 번 확인
- 끝나자마자 현장 메모 15분
지금은 다섯 번째 면담까지 했고 전부 잘 녹음됐어요. 그날 일은 아직도 생각하면 식은땀이 나요. 저 같은 분이 한 명이라도 줄길 바라며 부끄러움을 무릅쓰고 올립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