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박 약은 오래 걸린다는 말을 먼저 들어서 다행이었어요
처음 진료에서 선생님이 '강박은 약 효과를 보는 데 시간이 더 걸리는 편'이라고 미리 말해 주신 게, 돌아보면 제일 고마운 설명이에요.
저는 확인 강박이 있어요. 가스 밸브, 현관문, 고데기. 집을 나서는 데 40분이 걸리고, 회사에 가서도 불안해서 점심시간에 집에 다녀온 적이 여러 번 있어요.
약은 우울증에도 쓰는 SSRI 계열을 받았어요. 선생님 설명으로는 강박에서는 효과를 판단하기까지 두세 달은 봐야 하는 경우가 많고, 경과에 따라 약을 조정해 갈 수 있다고 하셨어요. 그리고 약만이 아니라 행동 치료를 같이 하는 게 좋다고요.
지나온 석 달
- 첫 달: 변화 없음. 미리 안 들었으면 여기서 관뒀을 거예요.
- 둘째 달: 확인 횟수는 그대로인데, 확인 안 했을 때의 불안이 '못 견디겠다'에서 '몹시 불편하다' 정도로 내려옴.
- 셋째 달: 출근 준비가 40분에서 25분쯤으로. 점심에 집에 다녀오는 일은 이번 달 한 번.
숫자로 적으니 별거 아닌 것 같지만 저한테는 15분이 생긴 거예요. 그 15분에 아침을 먹어요.
약이 생각을 지워 주진 않았어요. '문 잠갔나?'는 여전히 떠올라요. 달라진 건 그 생각이 떠올랐을 때 끌려가는 힘이 조금 약해졌다는 거예요. 선생님은 볼륨이 줄어든 거라고 표현하셨어요.
강박으로 약을 막 시작하신 분이 있다면, 저처럼 첫 달에 실망하실 수 있어요. 그 실망을 혼자 결론 내리지 말고 진료실에 가져가시면 좋겠어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