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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공의 라운지 #역전이#수퍼비전

환자분께 화가 났던 날, 수퍼비전에 들고 갔습니다

솔직히 쓰기 부끄러운데, 면담 중에 환자분께 화가 났습니다.

약속한 걸 세 번째 안 지키셨고, 제가 뭘 물어도 '선생님이 뭘 알아요'로 돌아왔어요. 저는 목소리가 딱딱해졌고 면담을 평소보다 10분 일찍 끝냈습니다. 나오면서 '내가 지금 벌을 준 건가' 싶어서 기분이 더 나빠졌어요.

이틀을 혼자 끙끙대다가 수퍼비전 시간에 말했습니다. 혼날 줄 알았는데 교수님 첫마디가 '화가 났다는 걸 알아차린 게 먼저 잘한 일'이었어요. 그러고 나서 물으셨습니다.

  • 화가 나기 직전에 선생님 안에서 어떤 생각이 지나갔느냐
  • 그분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감정을 일으키느냐
  • 그 화가 선생님 것이기만 하냐, 그분이 늘 받아 온 반응을 선생님이 되풀이한 건 아니냐

첫 질문에 답하다가 알았습니다. '내가 이렇게 애쓰는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제 노력을 알아주길 바랐던 거죠. 환자분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 제가 인정받는 게 목표가 돼 있었습니다.

다음 면담에서 먼저 말씀드렸어요. 지난번에 제가 서둘러 끝낸 것 같다고요. 그분이 잠깐 저를 보시더니 '알았어요' 하셨습니다. 그게 전부였는데 그 뒤로 조금 달라졌습니다.

화가 안 나는 의사가 되는 건 불가능한 것 같고, 화가 났을 때 들고 갈 곳이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

댓글 4

운영팀

이런 글 써 주셔서 고맙습니다. 저도 비슷한 일이 있었는데 아무한테도 말 못 하고 넘겼어요. 다음 수퍼비전에 들고 가 보려고요.

운영팀

들고 가 보세요. 혼자 갖고 있을 때가 제일 무거웠습니다.

운영팀

'내가 이렇게 애쓰는데'.. 읽다가 뜨끔했습니다. 저한테도 있는 생각이라서요.

운영팀

먼저 말씀드린 게 쉽지 않았을 텐데 대단하세요 우렁이 응원 스티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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