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자분께 화가 났던 날, 수퍼비전에 들고 갔습니다
솔직히 쓰기 부끄러운데, 면담 중에 환자분께 화가 났습니다.
약속한 걸 세 번째 안 지키셨고, 제가 뭘 물어도 '선생님이 뭘 알아요'로 돌아왔어요. 저는 목소리가 딱딱해졌고 면담을 평소보다 10분 일찍 끝냈습니다. 나오면서 '내가 지금 벌을 준 건가' 싶어서 기분이 더 나빠졌어요.
이틀을 혼자 끙끙대다가 수퍼비전 시간에 말했습니다. 혼날 줄 알았는데 교수님 첫마디가 '화가 났다는 걸 알아차린 게 먼저 잘한 일'이었어요. 그러고 나서 물으셨습니다.
- 화가 나기 직전에 선생님 안에서 어떤 생각이 지나갔느냐
- 그분이 다른 사람들에게도 비슷한 감정을 일으키느냐
- 그 화가 선생님 것이기만 하냐, 그분이 늘 받아 온 반응을 선생님이 되풀이한 건 아니냐
첫 질문에 답하다가 알았습니다. '내가 이렇게 애쓰는데'라는 생각이 있었어요. 제 노력을 알아주길 바랐던 거죠. 환자분이 좋아지는 게 아니라 제가 인정받는 게 목표가 돼 있었습니다.
다음 면담에서 먼저 말씀드렸어요. 지난번에 제가 서둘러 끝낸 것 같다고요. 그분이 잠깐 저를 보시더니 '알았어요' 하셨습니다. 그게 전부였는데 그 뒤로 조금 달라졌습니다.
화가 안 나는 의사가 되는 건 불가능한 것 같고, 화가 났을 때 들고 갈 곳이 있다는 게 중요한 것 같아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