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턴 때와 가장 달라진 건 '기다리는 일'이었어요
인턴 때는 손이 빠르면 칭찬받았습니다.
채혈 빨리 하고, 동의서 빨리 받고, 콜 오면 뛰어가고. 하루가 끝나면 한 일이 목록으로 남았어요. 그게 좋았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에 와서 첫 달에 제일 힘들었던 건, 하루가 끝났는데 뭘 했는지 모르겠다는 느낌이었어요. 환자분과 30분 앉아 있었는데 거의 말씀을 안 하셨고, 저는 뭘 해야 할지 몰라 질문만 계속 던졌습니다. 나중에 윗연차 선생님이 '선생님이 질문을 멈춰야 그분이 말할 자리가 생긴다'고 하셨어요.
다른 것도 많이 달랐습니다.
- 검사 수치보다 어제와 오늘의 표정 차이를 봐야 한다는 것
- 좋아지는 속도가 일 단위가 아니라 주 단위라는 것
- 같은 환자분을 놓고 팀 회의에서 의견이 갈리는 게 정상이라는 것
- 제 기분이 면담에 그대로 묻어난다는 것
마지막 게 제일 낯설었어요. 다른 과에서는 제가 피곤해도 처치 결과는 같았는데, 여기서는 제가 조급한 날 환자분도 말을 아끼십니다.
아직 기다리는 게 편하지는 않습니다. 그래도 요즘은 침묵이 생기면 속으로 다섯까지 세고 나서 입을 엽니다. 다섯이 생각보다 깁니다 ㅋㅋ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