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아웃에서 돌아오는 데 1년이 걸렸습니다
내담자 이야기를 들으면서 '빨리 끝났으면'이라고 생각하는 저를 발견한 날, 뭔가 잘못됐다는 걸 알았습니다.
상담 8년차였어요. 주 서른 사례 가까이 보고 있었고, 주말에는 강의를 나갔습니다. 거절을 못 했어요. 의뢰가 오면 '나 아니면 이분이 어디로 가나' 싶어서 다 받았습니다.
어느 순간부터 회기가 끝나도 아무 느낌이 없었어요. 슬픈 이야기를 들어도 마음이 안 움직였습니다. 집에 오면 소파에 누워서 천장만 봤고요. 상담자가 이러면 안 된다는 자책이 그 위에 또 쌓였습니다.
회복하면서 한 일들
- 사례 수를 줄였다. 새 의뢰를 석 달 동안 받지 않았다. 수입이 줄어드는 게 무서웠지만, 그대로 가면 아예 그만둘 것 같았다
- 제 상담을 다시 받기 시작했다
- 수퍼바이저께 솔직히 말했다. '요즘 내담자가 궁금하지 않습니다'라고. 혼날 줄 알았는데 '많이 지쳤네요' 한마디를 들었다
- 주말 강의를 정리했다
- 몸을 쓰는 일을 시작했다. 저는 텃밭이었다. 말이 필요 없는 일이라 좋았다
- 하루 마지막 회기 뒤에 바로 퇴근하지 않고 10분 걷는다
돌아오는 건 느렸어요. 석 달쯤 지나서 어떤 내담자분의 말에 오랜만에 가슴이 찡했는데, 그게 얼마나 반가웠는지 모릅니다. 아, 아직 있구나 싶어서요.
지금은 주 스무 사례 안쪽으로 봅니다. 이게 제 한계라는 걸 받아들이는 데 시간이 걸렸어요. 남들은 더 보는데, 하는 비교를 내려놓는 게 제일 어려웠습니다.
지금 비슷한 자리에 계신 분이 있다면, 무뎌진 건 선생님이 나쁜 상담자라서가 아니라 너무 오래 너무 많이 들었기 때문이에요. 줄여도 됩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