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원하시던 환자분이 건네준 한마디
힘든 얘기만 올리는 것 같아서, 오늘은 좋았던 일을 적어 봅니다.
석 달 가까이 입원해 계시던 분이 오늘 퇴원하셨어요. 입원 초기에는 면담실에 들어와서도 벽만 보고 계셨고, 저는 매일 10분씩 옆에 앉아 있다가 나오는 게 전부였습니다. 뭘 하고 있는 건지 저도 모르겠어서 교수님께 '제가 하는 게 없는 것 같습니다' 했던 기억이 나요.
오늘 짐을 다 싸시고는 간호사실 앞에서 저를 부르셨습니다.
'선생님이 매일 와서 앉아 있었잖아요. 아무 말 안 해도 누가 오는 시간이 있다는 게 좋았어요.'
그 말 듣고 화장실 가서 좀 울었습니다ㅠㅠ
저는 그 10분을 실패한 면담이라고 생각했거든요. 해석도 못 했고, 치료 계획을 진전시킨 것도 아니고, 차트에 쓸 것도 없던 시간이었으니까요. 그런데 그분께는 그게 하루 중 정해진 무언가였던 거예요.
요즘 일이 많아서 면담을 '뭔가를 얻어내야 하는 시간'으로 대하고 있었는데, 오늘은 좀 멈추게 됐습니다. 같은 시간에, 같은 사람이, 꾸준히 온다는 것. 그게 이 일의 꽤 큰 부분일 수 있다는 걸 환자분께 배웠어요.
수련하면서 환자분께 들은 말 중에 오래 간직하고 계신 게 있으신가요? 지칠 때 꺼내 보는 말들을 같이 모아 보고 싶습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