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련 중에 제가 상담을 받아 봤습니다
정신과 전공의가 상담을 받는다는 걸 말하기까지 반년이 걸렸습니다.
2년차 겨울에 많이 가라앉았어요. 출근하는 지하철에서 이유 없이 눈물이 났고, 환자분 앞에서는 멀쩡한 척하다가 당직실에 오면 아무것도 하기 싫었습니다. 환자분들께는 '도움 받으시는 건 약한 게 아니에요'라고 매일 말하면서, 저는 못 가고 있었어요.
걸리는 게 많았습니다. 같은 지역이면 아는 선생님일 수도 있고, 소문이 날까 걱정됐고, 무엇보다 '내가 이걸 못 버티면 이 일을 할 자격이 있나' 하는 생각이 컸어요.
결국 병원과 전혀 연고가 없는 곳을 찾아가서 상담을 시작했습니다. 지금 넉 달째예요.
받아 보고 알게 된 것
- 의자 반대편에 앉는 게 얼마나 긴장되는 일인지. 초진 환자분들이 다르게 보이기 시작했다
- 치료자가 조용히 기다려 주는 게 어떤 느낌인지 몸으로 알게 됐다
- 제 소진이 일의 양만이 아니라 잘해야 한다는 압박에서 온다는 것
- 도움을 받는다고 해서 제가 덜 유능해지지 않는다는 것
지도전문의 선생님께 조심스럽게 말씀드렸더니, 본인도 수련 때 받으셨다고 하시더라고요. 그 말에 마음이 많이 놓였습니다.
혹시 비슷한 상태로 망설이는 선생님이 계시다면, 저는 가 보시기를 권하고 싶어요. 우리가 환자분들께 하는 말을 우리 자신에게도 해 줘도 됩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