담당하던 환자분을 잃고, 한 달이 지났습니다
한 달 전에 제가 외래에서 뵙던 환자분의 부고를 들었습니다.
자세한 이야기는 적지 않겠습니다. 다만 그 소식을 들은 날 오후 외래를 어떻게 봤는지 기억이 잘 안 나요. 마지막 진료 기록을 몇 번이나 다시 열어 봤습니다. 내가 놓친 게 있었나, 그 문장을 다르게 물었어야 했나. 밤에 누우면 그 진료실 장면이 계속 돌아갔어요.
며칠 뒤 지도전문의 선생님이 방으로 부르셨습니다. 혼날 줄 알았는데, 선생님도 수련 때 같은 일을 겪으셨다고, 그 이야기를 먼저 해 주셨어요. 그리고 기록을 같이 천천히 봤습니다. 잘못을 찾는 자리가 아니라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함께 보는 자리라고 하셨는데, 그 구분이 저한테는 컸습니다.
도움이 됐던 것
- 혼자 기록을 반복해서 열어 보는 걸 멈추고, 수퍼비전 시간에만 보기로 한 것
- 동기가 아무 말 없이 당직을 하루 바꿔 준 것
- 의국에서 따로 시간을 내어 이 일을 이야기할 자리를 만들어 준 것
- 제가 진료를 받아도 되는지 여쭤봤을 때 '당연하지'라는 대답을 들은 것
아직 괜찮다고는 못 하겠어요. 비슷한 환자분을 뵈면 지나치게 조심스러워지는 저를 봅니다. 그래도 혼자 안고 있을 때보다는 숨이 쉬어집니다.
같은 일을 겪으신 선생님이 계시다면, 혼자 두지 마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어서 적었습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