첫 담당 환자분이 퇴원하시던 날
제 이름으로 처음 맡았던 환자분이 오늘 퇴원하셨습니다.
입원 첫날 면담에서 저는 준비해 간 질문지를 거의 읽다시피 했어요. 환자분은 대답을 짧게 하시고 창밖만 보셨고요. 면담실을 나오면서 '내가 뭘 한 거지' 싶었습니다.
지도전문의 선생님께 말씀드렸더니 질문을 줄이고 그냥 매일 같은 시간에 가서 앉아 있어 보라고 하셨어요. 솔직히 그게 무슨 치료인가 싶었는데, 일주일쯤 지나니 환자분이 먼저 '선생님 오늘은 늦었네요' 하시더라고요. 그날 좀 울컥했습니다.
지금 와서 드는 생각
- 뭔가를 '해 드려야' 한다는 조급함이 면담을 딱딱하게 만들었던 것 같아요.
- 제가 기억 못 한 줄 알았던 사소한 이야기(키우시던 화분 얘기)를 다시 꺼냈을 때 표정이 달라지셨어요.
- 좋아지신 건 약과 병동 팀 전체의 몫이 크고, 제 몫은 아주 작았다는 것도 압니다. 그래도 그 작은 몫이 저한테는 컸어요.
퇴원하시면서 '선생님도 밥 잘 챙겨 드세요' 하셨는데, 환자분께 걱정을 들은 게 부끄러우면서도 따뜻했습니다. 외래에서 또 뵙게 될 텐데, 그때는 조금 덜 서툰 주치의였으면 좋겠습니다.
다들 첫 환자분 기억나시나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