육아 번아웃 — 좋은 부모가 되려다 지친 부모에게

아이를 사랑하는데도 육아가 버겁고 지치는 것은 나쁜 부모라서가 아니라, 쉬지 못하고 너무 오래 애썼기 때문이에요.
이런 마음이 드는 이유
아이가 잠든 뒤에야 겨우 앉아요. 그런데 쉬는 대신 "오늘 왜 소리를 질렀을까" 하고 자책해요. 아침에 눈을 뜨면 오늘 할 일이 먼저 떠올라 벌써 지쳐요.
유니세프(UNICEF)는 부모가 스트레스를 받을 때의 신호로 버거운 느낌, 커진 불안, 짜증, 피로, 집중하기 어려움, 몸의 긴장을 들어요. 이것이 오래 쌓여 바닥난 상태를 흔히 '육아 번아웃'이라고 불러요. 공식 병명은 아니에요. 세계보건기구(WHO)가 정의한 번아웃은 직장 스트레스에 한정된 말이에요. 그래도 쉬는 날 없이 이어지는 육아가 사람을 바닥나게 한다는 것은 많은 부모가 겪는 일이에요.
한국의 부모에게는 이런 것이 더해져요.
- 혼자 도맡는 육아와 늦게 퇴근하는 배우자
- 맞벌이의 등하원 전쟁과 눈치 보이는 육아휴직
- 아이가 아플 때마다 무너지는 일정
- 학원, 발달, 교육 정보의 끝없는 비교
- "엄마가 돼서", "아빠가 그것도 못 해" 같은 말
- 조부모와의 육아 방식 차이
좋은 부모가 되려는 마음이 클수록 기준이 높아지고, 그 기준에 못 미칠 때마다 나를 깎아내리게 돼요. 유니세프는 반대로 말해요. 내가 나를 돌볼 때 아이도 더 잘 돌볼 수 있다고요.
스스로 해볼 수 있는 것
유니세프와 영국 국민보건서비스(NHS)가 권하는 방법이에요.
- 화가 치밀 때는 잠깐 멈춰요. 20초만 멈추고 천천히 다섯 번 숨 쉬어요. 아이가 안전한 곳에 있다면 5~10분 자리를 떠나 마음을 가라앉혀도 돼요.
- 숨을 세요. 다섯을 세며 들이쉬고, 다섯을 세며 내쉬어요. 2~3분이면 돼요.
- 몇 분짜리 쉼을 하루에 넣어요. 유니세프는 자기 돌봄이 한 번에 몇 분씩으로도 가능하다고 해요. 차 한 잔, 짧은 산책, 음악 한 곡이면 돼요. 달력에 적고 가족에게 미리 말해 둬요.
- 아이가 잘 때 쉬어요. NHS는 아기가 자는 동안 밀린 집안일을 하기보다 쉬라고 권해요. 집이 조금 어질러져 있어도 괜찮아요.
- 밤 돌봄을 나눠요. 배우자가 있다면 밤중 돌봄과 이른 아침을 번갈아 맡아요.
- 몸을 움직여요. NHS는 매일 걷는 것이 피로를 줄이는 데 도움이 된다고 해요. 유모차를 밀고 걷는 것도 운동이에요.
- 큰 문제는 작게 나눠요. "육아를 잘해야 한다" 대신 "오늘 저녁은 반찬을 사 온다"처럼요.
- 비교를 줄여요. 육아 정보방과 SNS를 본 뒤 불안해진다면 보는 시간을 줄여요.
- 아이와 그냥 놀아요. 가르치려는 시간 말고 같이 웃는 시간이에요. 유니세프는 함께 웃는 순간이 부모의 스트레스도 풀어 준다고 해요.
완벽한 부모는 없어요. 소리를 지른 날에는 아이에게 "아까 큰 소리 내서 미안해"라고 말하면 돼요. 그것도 아이에게 좋은 본보기예요.
주변에 도움 청하기
도움을 청하는 것은 부모 노릇을 못하는 것이 아니에요. NHS는 가족이나 친구에게 아이를 잠깐 봐 달라고 해서 자는 시간을 만들라고 권해요.
- 배우자에게는 "도와줘"보다 구체적으로 말해요. "토요일 오전 세 시간은 내가 혼자 나갔다 올게."
- 조부모, 형제, 친구에게 한두 시간을 부탁해요.
- 비슷한 또래 아이를 키우는 부모와 이야기해요. 나만 힘든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아는 것만으로도 숨이 트여요.
- 아이돌봄서비스나 육아종합지원센터처럼 지역에서 이용할 수 있는 제도가 있는지 주민센터에 물어봐요.
이럴 땐 전문가에게
유니세프는 피로가 계속되고, 잠을 못 자고, 집중이 안 되고, 자주 아프다면 의사나 상담자를 찾으라고 권해요. NHS는 아래와 같은 때에 진료를 받으라고 해요.
- 아이가 자는데도 나는 잠들지 못해요.
- 늘 지쳐 있어요.
- 기분이 가라앉고 희망이 없다고 느껴요.
- 평소 좋아하던 일이 즐겁지 않아요.
출산 뒤라면 산후우울증일 수 있어요. 산후우울증은 아빠에게도 올 수 있고, 치료로 나아질 수 있어요. 사는 곳의 정신건강복지센터와 보건소에서 무료로 상담을 받을 수 있어요.
아이를 해칠 것 같아 무섭거나, "내가 사라지는 게 낫겠다"는 생각이 든다면 바로 도움을 청해요. 자살예방상담전화 109(24시간), 정신건강 위기상담 1577-0199(24시간)에 전화할 수 있어요.
아이에게 필요한 것은 완벽한 부모가 아니라, 지치면 쉬고 다시 돌아오는 부모예요.
참고한 자료
- UNICEF Parenting — How to reduce stress
- UNICEF Parenting — Self-care for parents
- NHS — Sleep and tiredness after having a baby
- WHO — Burn-out an "occupational phenomenon": International Classification of Diseases
이 글은 마인드 인사이드 편집팀이 위 기관들의 공개 자료를 바탕으로 정리한 일반 정보예요. 진단이나 치료를 대신하지 않아요. 약을 시작하거나 바꾸거나 끊는 것은 반드시 주치의와 상의해 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