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료 날 아침, 질문 세 개를 약 봉투 뒤에 적어요
진료실 문을 닫고 나오면서 '아, 그거 물어볼걸' 하는 게 제 오랜 버릇이었습니다.
4주에 한 번 진료를 받아요. 한 달 동안 궁금한 게 생기는데, 막상 선생님 앞에 앉으면 '잘 지냈어요'만 하고 나오게 돼요. 집에 와서야 생각나고요.
수첩을 따로 만들어 봤는데 진료 날 수첩을 안 가져가는 일이 생기더라고요. 그래서 절대 안 잊고 가져가는 물건에 적기로 했습니다. 약 봉투요. 다 먹은 빈 봉투 뒷면에 적어서 지갑에 넣어 가요.
제 규칙
- 질문은 세 개까지만
- 한 달 동안 생각날 때마다 식탁 위 봉투에 바로 적기
- 진료 날 아침에 세 개로 추리기
- 진료실에 앉자마자 봉투를 꺼내 무릎 위에 올려놓기
이번 달 질문은 이랬어요. 요즘 낮에 졸린 게 약 때문인지, 감기약을 살 때 뭐라고 말하면 되는지, 지금 약을 언제쯤 다시 점검하는지.
세 개로 제한한 이유는, 많으면 진료 시간이 미안해서 하나도 못 꺼내기 때문이에요. 세 개면 '이것만 여쭤볼게요' 하기가 쉬워요.
선생님은 봉투를 보시더니 '적어 오시니까 저도 좋네요' 하셨어요. 답을 들으면 그 옆에 바로 짧게 적어 둡니다. 들을 때는 다 알 것 같은데 집에 오면 헷갈리거든요.
답 내용은 제 약과 제 상태에 맞춘 거라 여기 옮기지는 않을게요. 대신 '물어봐도 되는 질문이었다'는 것만 전하고 싶어요. 사소해 보여도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