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랍에 쌓인 약 봉투를 정리한 날
서랍을 열었더니 약 봉투가 스무 장쯤 눌려 있었습니다.
병원 다닌 지 1년이 조금 넘었어요. 그동안 약이 몇 번 바뀌었고, 바뀔 때마다 전에 먹던 게 조금씩 남았습니다. 버리자니 찜찜하고 두자니 헷갈려서 서랍에 밀어 넣어 둔 게 이만큼이 됐어요.
지난주에 아침 약을 꺼내다가 예전 봉투를 집을 뻔했어요. 모양이 비슷해서요. 그때 정신이 번쩍 들어서 주말에 정리를 했습니다.
정리 순서
- 서랍의 봉투를 전부 꺼내 날짜순으로 늘어놓기
- 지금 먹는 것만 따로 빼서 작은 상자에
- 예전 약은 한 봉지에 모으기
- 모은 건 약국에 가져가기
남은 약을 어떻게 버리는지 몰라서 약국에 여쭤봤더니, 가져오면 받아 주신다고 하셨어요. 지역마다 수거 방법이 조금 다르다고 하니 가까운 약국이나 주민센터에 물어보시면 될 것 같아요.
날짜순으로 늘어놓고 보니 묘한 기분이 들었어요. 봉투가 제 지난 1년의 기록이더라고요. 처음 몇 달은 2주마다 날짜가 찍혀 있고, 여름쯤부터는 4주 간격으로 바뀌었어요. 그 사이에 선생님과 약을 조정하던 시기도 보이고요.
극적으로 좋아진 건 아니에요. 지금도 힘든 날이 있습니다. 그래도 봉투 간격이 벌어진 걸 눈으로 보니, 제가 그 시간을 지나왔다는 게 실감 났어요.
지금 서랍에는 상자 하나만 있어요. 아침에 손이 헤매지 않습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