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신념과 다른 선택을 말하는 내담자 앞에서
고개는 끄덕였는데, 속에서는 '그건 아닌데'가 계속 올라왔습니다.
저는 종교가 있습니다. 상담실에 종교를 가지고 들어가지 않는다고 생각해 왔고요. 그런데 한 내담자분이 제 신념으로는 받아들이기 어려운 삶의 결정을 이야기하셨을 때, 제 몸이 먼저 반응했어요. 자세가 뒤로 물러났고, 질문이 줄었고, 그 주제가 나오면 슬쩍 다른 이야기로 넘어갔습니다.
축어록을 풀다가 알았어요. 그 주제에서만 제 반응이 유독 짧았습니다. 내담자분도 느끼셨는지 점점 그 얘기를 덜 하셨고요. 저는 아무 말도 안 했지만, 말하지 않는 방식으로 제 가치를 전달하고 있었던 겁니다.
수퍼비전에서 솔직히 말했습니다. 선생님은 제 신념을 고치라고 하지 않으셨어요. 대신 이렇게 물으셨습니다. '선생님의 불편함과 내담자의 고민을 따로 놓을 수 있겠어요?'
제가 한 일
- 제 불편함이 어디서 오는지 교육분석에서 따로 다뤘습니다. 상담실 밖에서요
- 그 주제가 나올 때 제 몸의 반응을 알아차리는 연습을 했습니다
- 내담자에게 '이 얘기를 꺼내기 어려우셨던 것 같은데, 제가 그렇게 만든 부분이 있었을까요?' 하고 물었어요. 그분이 '사실 눈치가 좀 보였어요' 하셨습니다
- 그래도 도저히 중립을 지킬 수 없다고 판단되면, 숨기고 버티는 게 아니라 수퍼바이저와 상의해 의뢰를 고려하기로 했습니다
결국 그 사례는 제가 계속 맡았어요. 제 생각이 바뀐 건 아닙니다. 다만 제 답이 그분의 답일 필요는 없다는 걸 머리가 아니라 몸으로 조금 알게 됐어요.
가치관이 없는 상담사는 없을 거예요. 있다는 걸 아는 것부터가 시작인 것 같습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