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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담사 라운지 #분노#치료관계

내담자가 제게 '선생님은 듣기만 하잖아요' 하고 화냈을 때

15회기째, 내담자분이 처음으로 목소리를 높이셨습니다.

'여기 와서 달라진 게 뭐예요? 선생님은 그냥 듣기만 하잖아요. 제가 돈 내고 혼잣말하러 오는 거예요?'

심장이 쿵 내려앉았습니다. 머릿속에 세 가지가 동시에 지나갔어요. 변명하고 싶다(우리가 해 온 걸 나열하고 싶다), 사과하고 싶다(빨리 이 순간을 끝내고 싶다), 그리고 조금은 억울하다.

셋 다 누르고 한 말은 이거였어요. '지금 저한테 많이 화가 나셨네요. 그 얘기를 더 듣고 싶어요.'

쉽게 나온 말이 아닙니다. 목소리가 떨렸어요. 내담자분은 한참 쏟아 내셨고, 중간에 '이런 말 하면 선생님이 저 싫어할 것 같았어요' 하셨습니다. 그분은 살면서 화를 내면 관계가 끝나는 경험만 해 오신 분이었거든요. 저한테 화를 낸 게, 어쩌면 처음으로 안전하게 화를 내 본 것일 수도 있었어요.

다음 회기에 그분이 '지난번에 죄송했어요' 하셨을 때, 저는 '화내 주셔서 고마웠어요. 그리고 저는 여기 그대로 있어요'라고 했습니다.

그 일에서 배운 것

  • 내담자의 화는 관계에 대한 정보일 때가 많습니다. 나에 대한 평가서가 아니라요
  • 다만 그 안에 진짜 피드백도 섞여 있습니다. 실제로 저는 그분께 방향을 충분히 설명하지 않았어요. 그건 고쳤습니다
  • 변명과 사과 둘 다 '이 순간을 끝내려는' 시도일 수 있습니다
  • 회기 끝나고 혼자 삭이지 말고 수퍼비전에 가져가기

그날 저녁엔 꽤 흔들렸어요. 수퍼바이저 선생님께 전화드리고 나서야 밥이 넘어갔습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

댓글 3

운영팀

변명도 사과도 그 순간을 끝내려는 시도일 수 있다는 말, 오래 생각하게 되네요. 저는 사과 쪽으로 도망가는 편입니다.

운영팀

'저는 여기 그대로 있어요.' 그분께는 그 문장이 15회기 전체보다 컸을 수도 있겠어요. 우렁이 사랑 스티커

운영팀

화 안에 섞인 진짜 피드백을 골라내서 고치셨다는 점이 좋았어요. 전부 전이로만 해석하면 그것도 회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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