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년 앞둔 교수님이 마지막 회진에서 하신 말
30년 넘게 병동을 도신 분의 마지막 회진을 따라 걸었습니다.
특별한 행사는 없었어요. 평소처럼 병실을 돌고, 평소처럼 환자분 침대 옆 의자에 앉으셨습니다. 교수님은 늘 앉으세요. 서서 하는 회진은 '검열'이고 앉아서 하는 회진은 '방문'이라고 하시면서요.
회진 끝나고 의국에서 차를 마시며 몇 가지 말씀을 해 주셨는데, 잊기 전에 적어 둡니다.
받아 적은 것들
- '환자가 한 말 중에 네가 이해 못 한 문장을 적어 둬라.' 이해한 문장은 다시 볼 일이 없지만, 이해 못 한 문장은 몇 년 뒤에 답이 온다고
- '진단은 바뀔 수 있다. 처음 내린 진단을 지키려고 환자를 보지 마라.'
- '보호자가 화낼 때는 대개 무서운 것이다.'
- '네가 지치면 환자가 제일 먼저 안다. 쉬는 건 사치가 아니다.'
- '좋은 의사가 되려고 너무 애쓰지 마라. 내일도 나오는 의사가 좋은 의사다.'
마지막 말에서 다들 웃었는데 저는 좀 울컥했습니다. 요즘 제가 딱 '좋은 의사'가 되려다 지쳐 있었거든요.
누가 후회되는 게 있으시냐고 여쭸더니 한참 생각하시다가, 젊을 때 환자 말을 끊고 설명부터 한 날들이 떠오른다고 하셨어요. 30년 하신 분도 그게 남는구나 싶었습니다.
저는 이해 못 한 문장 노트를 하나 샀습니다. 첫 장에 뭘 적을지는 아직 모르겠어요.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