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만 이런가요 1: 전화 받기 전에 심호흡하는 사람
휴대폰이 울리면 일단 화면을 뒤집어 놓고 숨부터 쉽니다.
모르는 번호면 당연히 안 받고요. 문제는 아는 번호예요. 엄마, 팀장님, 미용실, 택배. 누군지 아는데도 초록 버튼에 손이 안 가요. 진동이 울리는 동안 속으로 '무슨 일이지, 내가 뭘 잘못했나, 뭐라고 말하지'가 순서대로 지나갑니다.
그러다 끊기면 조금 안심하고, 10분쯤 뒤에 문자로 '전화 못 받았어요, 무슨 일이세요?' 하고 보내요. 이 패턴을 몇 년째 하고 있어요.
제 전화 받기 절차
- 울림 1~2번: 화면 확인하고 굳음
- 울림 3~4번: 숨 들이쉬고 내쉬기
- 울림 5번: 목 가다듬기 ('여보세요'가 갈라질까 봐)
- 울림 6번: 받거나, 끊김
거는 전화는 더해요. 치킨 주문도 앱으로만 하고, 병원 예약은 온라인 예약 되는 곳만 찾아요.
왜 그런지 생각해 봤는데, 전화는 준비할 시간을 안 주니까 그런 것 같아요. 문자는 고쳐 쓸 수 있는데 말은 나가면 끝이잖아요.
그래도 요즘 하나 해 보는 게 있어요. 받기 전에 숨을 딱 한 번만 쉬고 받는 거요. 세 번 쉬면 끊기니까요 ㅋㅋ 일주일에 두세 번은 성공합니다.
이거 저만 그런가요? 다음 편은 답장 얘기로 올게요. 그쪽은 더 심각합니다.
※ 운영팀이 만든 글이에요.